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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웨일스는 팀으로 강하다. 누군가의 원맨팀은 아니다. 벨기에전도 골을 기록한 건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와 두 명의 공격수 할 롭슨-카누와 샘 보크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과 아론 램지(아스날)가 웨일스의 ‘에이스’라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그들은 ‘붉은 용’ 웨일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일종의 유로 ‘치트키(Cheat Key)’다.
#선발 명단
크리스 콜먼 감독은 베스트11에 많은 변화를 주지 않는다. 상대에 따라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바꾸는 것이 전부다. 스쿼드가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전은 제공권을 갖춘 보크스가 나왔고 벨기에전은 발 빠른 롭슨-카누가 출전했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변화가 불가피했다. 포백(back four: 4인수비)의 왼쪽 센터백과 왼쪽 풀백을 맡았던 토마스 베르마엘렌(경고누적)과 얀 베르통헌(부상) 대신 ‘95년생’ 제이슨 데나이어와 ‘로멜루 루카쿠의 친동생’인 조당 루카쿠가 선발로 나섰다.
#280vs193
벨기에가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반에 더 많은 패스를 기록한 쪽은 웨일스였다. 그들이 280개의 패스를 시도하는 동안 벨기에는 193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변수는 전반 13분에 나온 라자 나잉골란의 선제골이다. 이른 시간 득점에 성공한 벨기에는 템포를 죽이고 라인을 내렸다. 반면 웨일스는 이전보다 공격적인 자세로 경기를 풀어갔다. 실제로 전반 13분까지 패스는 벨기에가 65vs53으로 더 많았다.
#애슐리 윌리엄스
‘캡틴’ 윌리엄스가 또 한 번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수비수임에도 웨일스에서 가장 많은 슈팅(4개)을 기록했다. 그리고 0-1로 뒤진 전반 30분 헤딩 동점골을 터트리며 경기 분위기를 웨일스 쪽으로 가져왔다. 특히 코너킥 세트피스서 윌리엄스는 매우 위력적이었다. 전반에 나온 2개의 헤딩이 모두 코너킥에서 나왔다. 반면 벨기에는 웨일스의 코너킥 전술에 대응하지 못했다. 윌리엄스 득점 장면을 복기해보자. 베일, 조 레들리, 제임스 체스터, 윌리엄스 4명이 꼬리잡기 하듯 일렬로 서 있다가 킥이 날아오는 순간 뿔뿔이 흩어졌다. 이때 벨기에 수비는 대인방어에 실패했다. 데나이어와 조당 루카쿠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기도 하다.
#교체
빌모츠 감독은 높이에서 약점을 보이자 후반 시작과 함께 카라스코를 빼고 194cm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3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배치되면서 중앙에 있던 케빈 데 브루잉이 측면으로 이동하고 나잉골란이 전진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오히려 포백 앞의 수비 커버를 헐겁게 만들었다. 후반 10분 웨일스의 두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펠라이니의 수비가담이 늦어지면서 롭슨-카누의 턴 동작을 제어하지 못했다. 펠라이니는 높이에 장점이 있지만 민첩성은 부족하다.
그런 측면에서 나잉골란을 앞으로 이동시킨 빌모츠의 선택은 다소 아쉽다. 나잉골란이 선제골을 넣긴 했지만 앞에서 공을 뿌려주는 역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악셀 비첼과 펠라이니를 바꾸던지, 나잉골란을 꼭지점으로 펠라이니와 비첼을 전진시키는 것이 더 나앗을지도 모른다. 뭐, 이 또한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얘기다.
#45%
사실 벨기에의 가장 큰 문제는 ‘왼쪽’이었다. 웨일스는 노골적으로 벨기에의 왼쪽을 노렸다. 공격의 45%가 오른쪽(벨기에의 왼쪽)에서 이뤄진 건 우연이 아니다. 세트피스는 펠라이니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데나이어와 조당 루카쿠가 포진한 왼쪽 지역은 웨일스의 집중포화에 무너졌다. 게다가 에당 아자르는 수비적으로 성실한 선수가 아니다. 전방의 1차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조당 루카쿠는 자주 1대1 상황에 노출됐다. 보통 이런 경우 수비를 잘하는 윙어를 그쪽에 배치하거나 홀딩 미드필더 중 한 명에게 수비 커버를 지시한다. 하지만 빌모츠 감독은 마땅한 대비책을 내놓지 못했다.
#베일 and 램지
치트키는 게임의 유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또는 문장을 뜻하다. 즉, 치트키를 쓰면 게임이 한결 수월해진다. 웨일스에겐 베일과 램지가 바로 ‘치트키’다. 아마 둘이 없다면 웨일스는 지금보다 평범한 팀이 될 것이다. 실제 똑 같은 3-5-2 전술을 사용했던 북아일랜드와 웨일스의 차이는 베일과 램지의 유무였다.
램지는 웨일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플레이어다.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 기회(6번)를 창출했다. 그리고 그 중 2개가 득점으로 연결됐다. 3번의 코너킥은 모두 슈팅으로 이어졌고 벨기에의 약점인 왼쪽 측면 지역을 파고든 뒤 올른 크로스 혹은 패스 중 3개가 유효슈팅이 됐다. 램지 혼자서 벨기에 팀 전체(11번)가 만든 득점 기회의 절반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서 램지 없이 치르게 될 4강전이 아쉽다. 경고누적으로 램지는 포르투갈과의 준결승을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보게 됐다. 치트키 하나를 잃은 웨일스다.
이날 베일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베일 덕분에 웨일스는 좀 더 쉽게 상대 진영까지 전진했다. 베일은 직접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후방으로 내려와 전방에서 움직이는 동료를 향한 패스를 연결했다. 웨일스의 역전골에서도 베일은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공을 잡은 뒤 측면으로 쇄도하는 램지를 향해 정확한 롱패스를 배달했다. 또 웨일스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태클을 성공했고 두 번째로 많이 상대 공(7번)을 탈취했다. 베일은 팀을 위해 뛰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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