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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밀크남? 상남자? 영화 ‘사냥’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배우 권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탐욕으로 가득 찬, 어수룩했지만 어느 새 괴물이 되어버린 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사냥’은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을 그린 영화로 권율이 엽사들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전회장의 수하 맹실장 역을 맡았다.
“‘사냥’은 (제가 출연했던) ‘명량’의 김한민 감독님께서 제작한 작품이에요. 여기에 안성기 선배님을 두고 쓴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안성기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욕심이 났어요.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하고 작품 선택에 크게 작용하지만,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흥미를 가지게 될 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이런 건 베이스가 되고 누구와 함께 작업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달까요.”
맹실장은 권율이 스크린을 통해 처음 도전하는 악역. 말끔한 얼굴과 외모에 감춰진 탐욕과 욕망을 점차 드러내는데,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큰 탓에 캐릭터를 지켜보는 즐거움을 안긴다. 하지만 밀크남 이미지를 사랑했던 여성 팬들의 판타지가 깨질 수도 있다.
“배우가 연기 활동을 함에 있어서 특정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판타지에 스스로 사로 잡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는 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를 가진 권율이라는 배우도, 맹실장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도 권율이죠. 배우에 대한 판타지를 더 크게 만들고 싶어요. 관객들이 ‘무엇을 해도 엣지 있게 표현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특정 캐릭터가 아니라 권율이라는 배우에 대한 판타지를 만드는 거죠. 저 스스로 성장하고 공부할 수 있는 필요충분적 선택이었다고 봐요.”
이런 도전의 결실이 바로 맹실장이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채 산을 오르며, 구두에 흙이 튄 걸 기분 나쁜 듯 툭툭 털어내는 인물. 태생부터 엽사와 자신은 다른 계급이라 믿는 맹실장은 분명 영화팬들에게는 권율의 새로운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신은 맹실장이 자신의 구두를 버리고 죽은 엽사의 신발을 뺏어 신는 장면이다. 이 한 장면만으로 맹실장의 마음이 산에 오르기 전과 현재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떠한 결심을 하게 됐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이 신은 시나리오에 없었지만 권율이 이우철 감독에게 제안해 탄생됐다.
“초반에 구두를 신고 달리다 발목을 접질러 좀 다쳤어요. 조진웅 선배님과 술을 같이 마시고 있었는데 형님께서 ‘율아 앞으로 더 많이 달리고 추워질 텐데 걱정이다. 방법을 빨리 찾아봐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엽사 중 한 명인) 김윤성 형이 죽으니까 그 배우의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어 실질적으로 촬영하는데 있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맹실장이 더 산에 적응하고 무리에 합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 전까지는 맹실장, 기성, 엽사무리의 삼각구도였거든요. 자연스럽게 양극화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감독님께 제안을 했고, 감독님께서 그 부분이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게끔 영화 속에 매끄럽고 세련되게 넣어주셨어요.”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권율은 스크린 속 맹실장을 보고 “낯설면서도 재미있기도 하고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하고 나도 보면서 흠칫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옆에 있던 조진웅이 “평소 모습이라고 단언컨대 말하고 싶다”고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띄웠고, 권율은 “말하는데 끼어들지 말아 달라”고 받아쳐 현장을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든 바 있다. 인터뷰 중 이 일화가 언급되자 권율은 맹실장이 돼 받아친 말들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권율과 조진웅은 서로 티격태격 장난치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 이후 신발신이 좋았다는 극찬이 이어지자 권율은 “조진웅 선배의 배려 때문에 명장면이 탄생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권율은 ‘사냥’ 300만 돌파 공약으로 조진웅과의 ‘샤샤샤’를 걸어 놓은 상태다. V앱 생방송 중 조진웅과 ‘샤샤샤’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엔 더 완벽히 보여줄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함정은 권율과 함께 공약 이행에 나서야 하는 조진웅과 합의되지 않은 공약이라는 점. 이는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조진웅과 그만큼 격이 없는 사이이기에 내걸 수 있는 공약이기도 했다.
“조진웅 선배님과 어레인지가 되지 않은 공약 남발은 없어져야 해요. 그래도 이 공약을 던졌을 때 홍보대행사 분께서 미소 지으며 바라봐주셨어요. 진웅 형님은 제가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보는 걸로. (웃음) ‘샤샤샤’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무엇이 킬링 포인트인가 연구도 했어요. 그 때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돼요. 형님이 츤데레 스타일이신데, 전수해 드리면 그 포인트를 열심히 살려 하실 거라 믿어요.”
[배우 권율.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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