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신자컵 서머리그가 막을 내렸다.
KB가 대회 2연패를 노린 KDB생명을 제압, 풀리그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KB의 경기력은 6개구단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승 자격이 충분했다. 신임 안덕수 감독과 진경석, 이영현 코치 체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산에서 6일간 머무르며 전 경기를 지켜봤다.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KB는 확실히 준비가 잘 됐다. 그리고 대인방어만으로 뚝심 있게 대회를 마무리한 팀들도 있었다. 한편으로 심판들의 판정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고 대회 접근 방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을 남겼다.
▲KB
"KB가 준비를 많이 했다." 현장 관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KB는 2014-2015시즌 막판, 그리고 작년 비시즌 구단 안팎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서동철 전 감독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시즌을 준비하는 밀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외부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안덕수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팀을 빠른 시일에 정비했다. 훈련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외국선수 드래프트서 검증된 키아 스톡스, 플레넷 피어슨을 선발했다. 보통 신임 감독은 자신만의 능력을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뉴 페이스 외국선수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 감독은 철저히 실리를 추구했다. KB는 포스트 수비가 약점이다. 외곽 수비수들이 항상 골밑을 체크, 1~2발 더 움직이면서 많은 체력을 소진했다. 그러나 스톡스는 지난 시즌 삼성생명에서 세로수비가 검증된 센터다. 블록으로 상대 돌파를 저지하는 능력, 포스트업을 버텨내는 능력 모두 매우 뛰어나다.
이런 상황서 박신자컵서 선보인 수비전술이 맨투맨 하프코트 프레스다. 우리은행이 즐기는 존 프레스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은행은 지역방어 대형으로 트랩을 가미한다. 그러나 KB는 맨투맨으로 달라붙되 새깅을 통해 공격수와 상대 패스루트를 예측, 동시에 차단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드리블 능력이 괜찮은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발이 빠른 선수와 조금 느린 선수들을 조금씩 다르게 마크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강도도 달랐다. 존 프레스보다 체력소모는 크지만, 더욱 확실한 마크로 상대 공격시간을 지연하고 턴오버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었다. 안 감독은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쨌든 골밑에서 스톡스가 버텨내면, 외곽에서 공격적인 수비를 해도 전체적인 수비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다. 은퇴한 변연하의 공백은 득점력이 좋은 피어슨이 적절히 메우면 된다. 개개인의 시즌 준비 과정도 순조롭다. MVP에 선정된 주전급 백업가드 심성영과 슈팅력이 눈에 띈 포워드 김가은, 리바운드 가담이 좋은 김진영 등의 활약은 의미가 있었다.
▲대인방어
"우리는 맨투맨만 쓰기로 했다. 임 감독님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의 결정에 화답했다. 실제 우리은행, 삼성생명, KB 등은 대회기간 내내 대인방어만 고집했다. 박신자컵의 취지에 마침맞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박신자컵은 성적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회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자농구 유망주 자원의 씨가 말라간다. 저연차급의 성장을 위한, 혹은 성장 과정의 중간평가를 위한 무대가 박신자컵이다.
당연히 지역방어보다는 대인방어를 쓰는 게 개인기량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인방어를 뚫으려면 선수 개인이 갖고 있는 드리블, 피벗, 페이크 기술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자연스럽게 현대농구의 핵심 기술인 2대2 공격과 수비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지역방어는 하이포스트와 코너에서의 효율적인 움직임과 패스게임으로 충분히 뚫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인방어보다 체력소모가 덜하다. 파울관리에도 용이하다. 때문에 지역방어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개개인의 발전에 지역방어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부상자가 많아 가용인력이 적은 몇몇 팀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지역방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대회 취지를 볼 때 중고농구연맹 대회처럼 적어도 전반전에는 지역방어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감독, 코치들도 대부분 찬성했다. 경기를 지휘하는 코치가 지역방어를 쓰지 않는 쿼터를 2개 정도 선택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트레블링
최근 중고대회서 나타난 의미 있는 변화. 심판들이 트레블링을 적극적으로 지적한다. 감독, 코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WKBL 심판들보다 중고연맹 소속 심판들이 선수들의 트레블링을 훨씬 세심하게 잡아낸다. 고무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트레블링 콜 속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면 공을 잡고 스탭을 놓고 다음 동작을 이어가는 기술을 확실하게 잡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WKBL에서 트레블링을 제대로 보지 않는 풍토가 만연하다. 이번 박신자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회 초반에 특히 그랬다. 기자는 공을 잡은 공격수가 순간적으로 축발을 코트에서 떼면서 자유발과 동시에 이동하는 모습을 몇 차례 봤는데 눈 앞의 심판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심판들이 트레블링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 여자농구 선수들의 기량이 대체로 떨어지기 때문에 트레블링을 깐깐하게 잡기 시작하면 원활한 경기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국내 콜에 익숙한 대표급 선수들이 FIBA 대회서 트레블링을 지적 받는 모습을 수 차례 봤다. 작년 우한 아시아선수권대회, 지난 6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서도 일부 선수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트레블링으로 고개를 숙였다. 잘못된 스텝이 익숙해졌다는 증거다. 국내에서 심판들이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KBL에선 지난 시즌 중반부터 갑자기 트레블링 지적 비율이 늘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적응을 하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부터 적응해나갔다. WKBL 역시 트레블링에 대한 명확한 지적이 필요하다. 특히 박신자컵같은 대회서는 더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젊은 선수들이 기본기를 탄탄히 익히면서 성장할 수 있다.
▲접근법
관계자들은 "WKBL이 박신자컵을 정말 잘 만들었다. 시즌 중 퓨처스리그와는 별개로 시즌 도중 이런 대회가 있어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대회 접근법에 대해서는 조금 다시 생각해볼 부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회 규정상 30대 이상의 선수 3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해야 한다. 단, 30세 이상 선수가 3명이 되지 않을 경우 30대 선수들을 자동 지명한 뒤 잔여인원에서 1명을 추가로 제외해야 한다. 결국 대회 취지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지만, 20대 주전들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부상 등 각종 이유로 저연차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팀들은 어쩔 수 없이 주전급 선수들이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이번 대회서 신지현, 김이슬 등 젊은 선수들이 재활로 뛰지 못했다. 결국 국가대표 강이슬, 주전과 백업을 오간 염윤아, 백지은을 주전으로 활용했다. 몇몇 관계자는 "최근 좋지 않은 일로 시끄러웠던 하나은행이 내심 이번 대회 우승을 노렸던 것 같다. 하나은행 입장에선 당연히 그럴 수 있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30세 이상 선수 3명 제외 규정을 굳이 살려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감독은 "어차피 이 대회에 주전들을 내세우는 팀들은 거의 없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은 팀들은 키우면 된다. 정말 우승을 하고 싶은 팀은 주전들을 활용하면 된다. 팀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또 하나. 지난해 A, B조 조별리그로 대회를 치르니 조별리그 탈락 팀들은 단 2경기만 치렀다. 경기 수가 적다는 판단에 이번 대회는 별도의 결승전 없이 풀리그(팀당 5경기)로 진행했다. 그러나 6일간 단 하루의 휴식일을 두고 총 15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빡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15~17일은 3경기 연속 치렀다. 한 코치는 "선수들이 무리하다 다칠 수 있다"라고 했다. 대회 개최시기상 체력훈련을 한창 진행 중이라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무리한 연속경기는 부상 위험을 높인다. 때문에 대회 일정을 하루 늘려 풀리그를 7일간 치르면서 휴식일을 두 차례 두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신자컵 서머리그 주요장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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