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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이범수가 또 다시 악역으로 돌아왔다. '짝패'의 조폭, '신의 한수'의 냉혈 살인마, '아이리스2'의 북한군 첩보원부터 '라스트'의 지하 경제 보스까지 소화한데 이어 '인천상륙작전'의 림계진을 추가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범수에게 대뜸 "소을이와 다을이한테 이왕이면 선한 역할을 보여주고 싶지 않나요?"라는 궁금증을 드러냈다. 돌아온 이범수의 대답은 질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하. 저는 '아버지 왜 그런 역할을 했어?'라는 반응은 오히려 부끄럽지 않아요. 하지만 만약 자식들이 제 출연작을 접하고 왜 그런 영화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창피할 거 같아요. 소을이와 다을이에게 떳떳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입니다. 비록 제가 북한군을 맡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인천상륙작전'을 본다면 당연히 부끄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상륙작전'은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면에 가려진 한국인 영웅들의 활약상과 숭고한 희생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캐릭터의 변화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 시나리오 속 림계진은 지적이면서 고뇌를 느끼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북한군으로 위장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와 싱크로율이 겹칠 것으로 우려돼 변화를 맞았다.
이렇게 완성된 림계진 캐릭터는 그동안 이범수가 연기했던 악역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인물로, 조금이라도 자신의 신경에 거슬리면 망설임 없이 총구를 겨눈다. 북한군으로 위장한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를 집요하게 의심하며 공포감마저 조성한다.
"극 중에서 림계진이 무작정 나쁘게만 그려졌다는 평이 있는데, 저는 실제 있을 법한 캐릭터라 생각해요. 물론 처음에는 저 역시 림계진의 사상으로 인해 갭을 느꼈지만, 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극단적일 수밖에 없다고 이해했어요."
이범수는 림계진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중까지 불리는 열정을 보였다. 또한 전작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신의 한 수'에서 날렵한 차가운 뱀의 이미지였다면 신작에선 능글 맞으면서 야비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직접 이재한 감독에게 제안한 것이다.
"스스로 배우를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요즘 일에 대한 엄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주연 배우로서 자기가 참여했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강해졌죠. 무조건 앞뒤 재지도 않고 내 작품이 최고다 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그래도 자기 영화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흥행 여부를 떠나 '인천상륙작전'은 저한텐 소중한 영화로 가슴 속에 간직될 거예요. 정말 모두 함께 열심히 임했거든요."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으로 악역의 절정을 찍고 또 다시 변신을 꿰한다. 차기작 '사선에서'에서 오영민 박사를 맡았다. 영화는 1980년대 반체제 인사로 한국에서 버림받은 뒤 독일로 망명한 오영민 박사가 위험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우아한 세계' 연출부 출신인 노규엽의 감독 데뷔작이다.
"공교롭게도 또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이번에도 정말 기를 쓰고 멋지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주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모처럼 영화제의 남우주연상도 노리고 있답니다. 상을 안 주신다면 셀프로 만들어서 제 방에만 갖다 둘까 봐요. 하하."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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