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뭐 어떠냐고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사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애묘인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와 죽음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이 영화는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16'(BIFAN)의 부천 초이스(장편)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충실하게 재현해냈다. 뇌종양을 선고받은 우편배달부(사토 타케루)가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과 똑닮은 악마가 나타나 그에게 가장 소중한 한 가지를 없애버리는 대신, 단 하루의 생명을 연장해주고 이 안에서 주인공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작자인 가와무라 겐키가 영화의 프로듀서로서도 참여,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전차남', '고백', '늑대아이' 등의 작품을 프로듀서한 인물이다. 영화 프로듀서로서 활약을 펼쳤던 그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통해 소설가로 발돋음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1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영화화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가와무라 겐키는 28일 나가이 아키라 감독과 함께 진행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소설을 쓰기로 마음 먹었을 때 영화화하기 힘든 소재를 쓰려 생각했다"는 엉뚱한 발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는 독자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와무라 겐키는 "소설의 매력은 독자가 머릿속으로 창의적인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상상력을 한껏 발휘했다. 영화 제작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판타지를 펼쳤다.
하지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첫 출발점은 일상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 듯, 그 역시 스마트폰을 중독될 정도로 사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제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급히 공중전화로 갔는데 직장도, 심지어 부모님 연락처도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때 두려움을 느꼈어요.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불과 10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 기계에 내 모든 걸 맡겨버렸다는 것이 무서웠어요. 이후 전철을 타러 갔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할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죠. 그런데 세상에, 도쿄 하늘에 큰 무지개가 떠 있는 거지 뭐예요. 깜짝 놀라 주변을 바라보니 다들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더라고요. 무지개가 떴다는 걸 알아차린 분이 한 명도 없었어요. 이때 소설의 테마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그가 깨달은 메시지는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영화 속에서도 수차례 강조되는 대목이다. 가와무라 겐키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림으로써 오색빛깔 찬란한 무지개를 얻었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휴대전화, 시계, 영화, 고양이 등 무언가의 소멸을 통해 무언가를 얻는데, 그것이 단순 생명연장의 기쁨을 뜻하지 않는다.
악마가 물건들을 없애버리면서 주인공은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소중함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랑, 우정, 가족 등의 의미다. 이를 지우고 얻은 하루의 시간은 오히려 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알맹이가 빠진 인간의 삶은 무의미한 것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준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인간 기억에 대한 스토리가 아닌가를 작품을 쓰면서 깨달았어요. 제일 처음에는 생사와 관련된 이야기라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육체만 있다고 해서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기억 하나하나가 모여, 인간관계가 형성돼야 하나의 온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 봐요. 기억이라는 게 없으면 살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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