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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이겼지만, 아쉬웠다.
29일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오리온전. 오리온 문태종이 69-67로 리드하던 4쿼터 종료 8.9초전 좌측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김지완에게 파울을 했다. 오리온은 팀 파울에 걸린 상태였다. 김지완에게 자유투 2개가 주어졌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김지완이 자유투를 던지기 전에 경기본부석의 경기감독관에게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그 다음에 볼 데드가 되면 작전타임을 갖겠다는 뜻이었다. 조건부 작전타임 요청이었다. 당시 오리온은 작전타임이 남아있었다.
조건부 작전타임은 KBL 규정에 없다. KBL은 FIBA 룰을 따른다. FIBA 룰에선 볼 데드가 일어날 때만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점한 팀이 아웃 오브 바운드를 통해 공격을 이어가는데 불과 1~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그 짧은 시간에 감독이 작전타임 신청 여부를 판단하고 실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KBL도 조건부 작전타임을 사실상 허용한다. KBL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30일 전화통화서 "감독이 본부석에 미리 확실하게 작전타임 요청을 하면 경기감독관의 재량에 따라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융통성을 발휘한 결정이다.
김지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오리온 문태종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그러나 착지하는 과정에서 공을 놓쳤다. 공은 엔드라인을 벗어났다. 공식기록은 문태종의 턴오버. 즉, 다시 볼 데드가 됐다. 남은 시간은 6.7초.
이때 경기감독관이 추일승 감독에게 작전타임 사용 여부를 물었다. 추 감독은 30일 전화통화서 "김지완의 자유투 실패 이후 아웃 오브 바운드가 됐을 때 내게 작전타임을 지금 사용할 것인지 물었다. 그래서 골이 들어가면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작전타임 이후 센터라인에서 아웃 오브 바운드를 할 수 있다) 심판도 알았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경기는 진행됐다. 전자랜드 박찬희가 강상재에게 패스했다. 강상재의 골밑슛이 림을 갈랐다. 69-69 동점. 남은 시간은 5.2초. 추 감독의 요청대로 작전타임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경기를 속개했다. 오데리언 바셋이 치고 들어가다 급하게 3점슛을 던졌다. 들어가지 않았다.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추 감독과 오리온 벤치는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리온은 연장접전 끝 이겼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경기감독관과 심판진이 추 감독의 작전타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석연치 않았다. 심지어 심판진이 추 감독의 조건부 작전타임 요청 후 언제 사용할 것인지 다시 확인했음에도 작전타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만약 작전타임이 진행됐다면, 오리온은 경기종료 5.2초를 남기고 센터라인에서 정밀한 패턴플레이로 결승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엔드라인에서 공격을 시작해서 급하게 3점슛을 던지는 것보다 센터라인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게 시간도 아낄 수 있고 득점 확률도 높다.
오리온 벤치와 본부석의 경기감독관, 심판진의 의사소통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4쿼터 5.2초를 남기고 오리온이 급하게 공격을 전개할 때 약하게 버저가 울렸다. 복수의 농구관계자는 "계시원이 당황해서 뒤늦게 급하게 작전타임 버저를 누른 것 같다"라고 했다.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원칙상 작전타임은 감독이 감독관에게 요청해야 한다"라고 했다. 문태종의 턴오버 이후 아웃 오브 바운드 직전 추 감독과 경기감독관의 대화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경기본부장은 "(김지완)자유투 실패 이후 플레이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후에는 다시 볼 데드가 돼도 작전타임을 줄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조건부 작전타임은 KBL 규정에 없다. 어디까지나 경기본부석과 심판진의 재량이다. 하지만, 경기감독관이 직접 추 감독에게 작전타임의 명확한 진행시점을 확인한 것도 재량이었다. 때문에 그들의 재량으로 경기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도 있었다. 조건부 작전타임은 벤치, 본부석, 심판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다. 상식적으로 경기감독관이 감독의 작전타임 요청을 인지했다면 심판도 받아들이는 게 맞다. 그게 심판이 할 수 있는 원활한 경기운영이다.
이번 케이스는 경기본부석과 심판진의 미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심판진의 경기운영의 묘가 부족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날 일부 파울 콜 기준도 불명확했다. 허일영의 파울개수가 나중에 1개 줄어드는 해프닝도 있었다) 오리온으로선 이겼지만, 억울할 만했다. 그리고 감독들도 감독관에게 조건부 작전타임 사용 여부와 시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올 시즌 KBL은 기준이 불명확한 파울 콜, 비디오판독 번복, 페이크 파울 이후 페널티 적용, 트레블링 사건 등 판정과 운영에 수 많은 오점을 남겼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물론 12월 31일 밤 10시 팁오프, 외국선수 자유계약제 회귀 및 숙소폐지 논의 등 의미 있는 일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KBL은 여전히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이 많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구 팬들의 몫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작전타임을 사용하지 못한 추일승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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