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과거의 걸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원작팬의 기대에 부응하고 현 시대의 관객도 사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해봐야 본전이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비주얼은 살리고 철학은 배제하는 전략을 취했다.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강력범죄와 테러사건을 담당하는 섹션9의 리더이다.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테러 조직을 막기 위해 임무 수행에 나서지만, 점점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지워진 시대에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화두를 던졌다. 데카르트와 니체의 철학부터 불교의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인간, 영혼, 기계 생명체의 존재론을 탐구했다. 그러나 영화 버전은 메이저의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데 방점을 찍어 원작의 철학을 구현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철학이 사라진 자리에 매끄러운 비주얼이 들어섰다. 광학미체수트를 입고 빌딩에서 떨어지는 전설적인 오프닝신부터 물 위에서 격투하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원작에 오마주를 바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블랙 위도우’를 잊게할만큼 강렬한 액션을 선사한다. 섹션9의 총책임자 역의 기타노 다케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냉철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나이키, 도요타 등 세계적 브랜드의 CF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다 2012년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으로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인정 받았다. 그는 자신의 영상 감각을 최대한 살려냈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미래배경의 도시부터 광학미체슈트에 이르기까지 쉘(Shell)의 외양은 원작의 분위기를 살렸지만, 원작의 영혼(Ghost)까지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하긴, 네트는 너무나 광대하니까.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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