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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야외 무대에서 바람을 맞으며 노래할 때는요, 저희 할머니께서 지켜보고 계신 듯한 기분이 들어서 울컥하고, 행복해요."
걸그룹 준비만 10여년을 해왔지만, 데뷔는 번번이 무산되던 시절을 설하윤은 '희망고문'이었다고 했다. 연습생 시절 '얼짱'으로 불리며 팬들까지 생길 만큼 주목 받는 기대주였으나, 데뷔는 어쩐지 잡히지 않는 꿈 같았다.
"데뷔가 무산되면 모든 게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많이 슬펐죠. 그래도 제 마음 속에 꿈이 확실했고, 아홉 번 넘어지면 열 번 일어난다는 심정으로 오뚝이처럼 해왔던 것 같아요."
약국, PC방, 레스토랑, 백화점 등 갖가지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나 사람마다 각자의 계절이 있다'는 마음 속 믿음으로 버텼다.
그리고 2015년 케이블채널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하며 설하윤의 길던 '희망고문'은 비로소 끝났고, 가수로 정식 데뷔하며 선택한 '트로트'는 설하윤의 계절에 피어난 희망의 꽃이었다.
"어릴 때부터 맞벌이 하시느라 바쁜 부모님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랐거든요. 그때 할머니한테 재롱 부리는 걸 좋아해서 장윤정 선배님의 '어머나'를 불러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걸그룹을 준비하다 트로트로 전향한 계기도 할머니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생각나서였어요. 더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고, 많은 분들께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로트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기다림이 길었던 탓인지, 유난히 "오래오래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한 설하윤이다. 무릎에 물이 차고, 식중독에 걸려도 참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지금 이룬 '꿈'의 소중함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군대에 공연을 가면 오히려 제가 기를 받고 온다니까요" 하며 웃는 게, 딱 가수 체질이다.
"걸그룹을 준비하면서 환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고 나서 걸그룹에 대한 후회는 하나도 없어요. 제 성격에도 너무 잘 맞아요(웃음)."
'신고할거야'에 이어 문주란의 곡을 리메이크한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장윤정, 홍진영을 이을 '차세대 트로트 여신'으로 급부상한 트로트 신예.
지금은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손녀의 가수 데뷔를 못 보여드렸다는 그녀가 앞으로 품은 꿈은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리던 시절처럼 순수하다.
"제가 자라면서 할머니와 부모님, 또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따듯한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거든요. 트로트 가수는 관객 분들한테 직접 가서 악수도 하고 춤도 함께 출 수 있잖아요. 더 잘되고 싶다는 것보다는 무대에 오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지금 제가 서 있는 무대에 감사하는 게 제 목표예요."
[사진 = T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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