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결과적으로 그런 것 같다."
두산 장원준은 올 시즌에도 좋다. 13경기서 5승5패 평균자책점 3.09. 15승을 따냈던 지난해에 비해 승수 페이스는 처진다. 타선과의 궁합이 작년만큼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13경기 중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수립,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낸다. 평균자책점 6위다.
장원준에겐 슬로우스타터라는 이미지가 있다. 롯데 시절 시즌 초반에는 주춤하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있었다. 두산 이적 이후에는 워낙 꾸준히 잘 던져서 크게 표시가 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또 다른 의미의 슬로우스타터 이미지가 생겼다. 경기 초반에 흔들린 뒤 공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구위와 커맨드를 다잡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 올 시즌 장원준의 1~2회 피안타율 0.288, 3회 피안타율은 0.318이다.
그러나 4~6회에는 0.234, 0.265, 0.189로 크게 내려간다. 7회 0.308로 올라가지만, 대부분 투수는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구위와 제구력이 조금씩 흔들리는 걸 감안하면 나쁘게 받아들일 부분은 아니다.
다른 기록을 봐도 그렇다. 올 시즌 1~3회에는 볼넷 13개에 2루타도 8개를 맞았다. 그러나 4~6회에는 볼넷 10개에 2루타 4개만 내줬다. 다만, 삼진은 1~3회에 33개를 잡았으나 4~6회에는 22개에 그쳤다. 장원준이 경기상황, 주변환경에 따라 맞춰잡는 피칭에 능숙한 스타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역시 큰 의미는 없다.
23일 잠실 롯데전 직후 장원준에게 슬로우스타터 기질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결과적으로 그런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오히려 나 같은 경우 1회에 1점 정도 내주면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1회에 잘 풀리면 오히려 4~5점 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1회에 점수를 조금 내주고 길게 잘 던지는 게 나은 것 같다"라고 했다.
선발투수가 1회에 흔들리면서 1~2점을 내준 뒤 오히려 이후 강인해지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장원준도 그렇다. 초반에 실점한 뒤 적절한 긴장감 속에 좀 더 집중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원준의 말도 일리가 있다.
김태형 감독 생각은 달랐다. 그는 "1회부터 오랫동안 잘 던지는 게 가장 좋다"라고 웃었다. 이어 진지하게 "투수가 언제든 실점할 수 있다. 다만, 1회부터 실점을 하면 투구수가 늘어난다. 그러면 투수가 긴 이닝을 끌고 가는 게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장원준은 경기운영능력이 탁월하다. 패스트볼,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포수가 원하는 지점에 넣는 능력이 탁월하다. 맞춰 잡는 피칭으로 투구수를 관리하는 능력이 좋다. 그러나 선발투수의 투구를 지켜보는 감독 입장에선 초반에 흔들리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장원준과 김 감독의 신뢰는 굳건하다. 김 감독은 "최근 원준이가 등에 통증이 있었다. 그날(23일)도 일찍 빼려고 했는데 장원준답게 잘 던졌다"라고 했다. 장원준도 "작년에 우리 선발투수들이 불안할 정도로 잘 던졌다. 지금도 잘 하고 있다. 보우덴이 돌아오면 선발진이 좀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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