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보직은 상관 없다. 1군에서 기회를 받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임기영만 올 시즌 KIA 마운드 히트상품이 아니다. 좌완 정용운도 1군 붙박이 멤버로 자리잡았다. 대만 퓨처스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투수 준비를 착실히 했다. 그리고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했다. 김진우의 부상 공백을 놓치지 않았다.
정용운은 올 시즌 12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그는 28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작년에 1군에서 12경기를 치른 뒤 방어율이 7.89였다. 올해는 3.00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하다"라고 했다.
본인의 말대로 작년 12경기와 올해 12경기는 천지차이다. 위상이 달라졌다. 작년 12경기를 치른 뒤에는 더 이상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4선발이다. 임기영이 돌아와도 크게 부진하지만 않다면 5선발로 뛸 수 있다.
정용운은 신예가 아니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도 갖고 있다. 그해 입단했고, 2010년을 끝으로 6년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는 "우승반지는 집에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뼛조각 제거, MCL(토미 존 서저리)까지 팔꿈치만 세 번 수술했다. 팔꿈치가 좋아지니 어깨가 아팠다. 2013년 9월에 공익에서 제대했는데, 공익하면서 재활하고 살을 20kg 뺐다"라고 돌아봤다.
인고의 6년이었다. 2015년 중반 본격적으로 2군에서 뛰기까지 야구를 그만둬야 할 고비도 있었다. 정용운은 "2014년에 어깨가 좋지 않았을 때는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그때 재활트레이닝 코치님이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대진 코치님이 '너는 1이닝 투수다. 1이닝씩 막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만 믿고 여기까지 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정용운은 지금 1군 멤버로 뛰는 게 꿈만 같다. 그는 "2009년과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야구선수로서 더 절실해졌다"라고 했다. 이어 "아직 선발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군에서 기회를 잡는 게 행복하다. 보직은 상관 없다. 불펜, 패전조도 할 수 있다. 기회는 내가 잡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용운은 팔꿈치 수술, 어깨 재활 등으로 스피드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패스트볼 140km 초반에서 형성된다. 정용운은 "2군에선 145km까지 나왔는데 1군에선 잘 나오지 않는다. 더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정용운은 제구력이 안정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스스로도 "볼넷이 많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제구력 기복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스피드가 더 올라가면 변화구로 다양한 볼배합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지나치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정용운은 "스피드를 버리자는 마음이다. 어차피 1군에선 150km을 던져도 가운데로 몰리면 얻어맞는다. 경기가 끝나면 볼넷을 줄이자는 생각을 하는데 경기 중에는 한 타자, 1이닝에만 신경 쓴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3~4구 이내에 승부하자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정용운은 "대만 스프링캠프서 계속 연습했다. 최근에는 카운트(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중이 높아졌다.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또 유인구로도 쓰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라고 했다. 1군에서 자리를 잡은 비결 중 하나다.
정용운에겐 잊을 수 없는 2017년이다. 팬들에겐 세트포지션에서 팔을 쭉 뻗어 공을 보여준 뒤 투구하는 것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와인드업을 할 때는 그 동작을 할 수가 없다. 주자가 나갈 때만 한다. 팔을 뻗을 때 그립은 직구"라고 말했다.
[정용운.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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