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최창환 기자] 얄궂은 운명이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최다홈런에 이어 최다 2루타도 인천 원정에서 장식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윤희상을 상대로 만들어낸 대기록이었다.
이승엽은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5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에게 SK행복드림구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적지다.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2012년 한국무대로 돌아온 이승엽은 지난 2013년 6월 20일 KBO리그 통산 35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양준혁(전 삼성, 351홈런)을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최다홈런이었다. 당시 홈런을 터뜨린 구장이 SK행복드림구장이었고, 투수는 윤희상이었다. 실제 이승엽은 “인천에서는 기분 좋았던 기억이 많았다”라며 SK행복드림구장에서의 추억을 돌아봤다.
1일 SK전은 이승엽이 은퇴 전 SK행복드림구장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공교롭게도 SK의 선발투수는 윤희상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전까지 통산 458개의 2루타를 때려 양준혁과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던 터. 최다홈런에 이어 최다 2루타까지 윤희상을 상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이승엽은 신중했다. 최다 2루타 달성 여부에 대해 전하자 그는 “올 시즌 윤희상에게 약해서…”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올 시즌 맞대결 기록도 찾아봤단다. 6타수 무안타. 이승엽이 이날 전까지 윤희상을 상대로 남긴 기록이었다.
1일 맞대결에 역시 2번째 타석까지는 이전 경기와 같은 양상이 이어졌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에 그친 이승엽은 2번째 타석도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3번째 타석만큼은 웃을 수 있었다. 삼성이 4-5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승엽은 내친 김에 2루까지 질주했고, 여유 있게 세이프됐다. 이승엽이 통산 458번째 2루타를 장식, 홈런에 이어 이 부문에서도 단독 1위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이승엽은 굵직한 대기록을 대거 남기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윤희상은 최다홈런에 이어 최다 2루타까지 허용한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물론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비록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지만, 윤희상 역시 이승엽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쳐 대기록을 빛내준 투수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다만, 마무리는 아쉬웠다. 이승엽은 삼성이 7-8로 추격한 9회초 2사 1, 2루서 이날 5번째이자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지만, 헛스윙 삼진에 그치며 SK행복드림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이승엽. 사진 = 인천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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