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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설경구는 허투루하는 법이 없다. 영화 '박하사탕'(2000)으로 3년만에 단숨에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은 그는 벌써 데뷔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뭐 하나 쉽게 가지 않는다. 그가 몸을 고생해서 만든 작품들은 스크린에서 진가가 빛난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배급 쇼박스)에서 설경구는 살인자 김병수 역을 맡았다.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외모를 소화하기 위해 분장보다는 실제로 자신이 늙는 방법을 연구했고 감독에게 "그냥 내가 늙을게요"라고 말했다.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분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밖에 안보였는데, 분장들이 곳곳에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요령을 피울 수도 있는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에도 그는 언제나 정통을 고수한다.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실미도', '공공의 적', '해운대', '나의 독재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 수많은 작품 활동에서 그는 또 다른 인물로 변신하고 외모부터 말투, 목소리까지 변주한다.
"'나의 독재자'를 하고 나니까 특수 분장은 배제를 했어요. 자칫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는 것은 제거를 하자고 생각했죠. 이마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부분 특수분장까지도 고민을 했는데 그것도 배제했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할 것이 없었어요. 이 얼굴에 흰머리칠을 한다고 뭐가 나올 것 같지 않아서, '내가 늙겠다'고 했고 머리부터 옷까지 어떤 외형으로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생각하면서 김병수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내가 늙겠다'라고 원신연 감독에게 말한 설경구에게 "쉽게 갈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자, 우문현답이 나왔다. "배우가 몸이 편하면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것. 설경구는 매번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줄넘기로 몸과 마음을 다진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범죄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상 새벽 촬영이 많았음에도 불구, 일찍 일어나 줄넘기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줄넘기를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줄넘기는 많은 공간도 필요없어서 하기 시작했어요. 습관처럼 줄넘기를 하다보니까 촬영할 때만 하는게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오늘도 했고 칸 영화제 가서도 했어요. 그냥 습관적으로 운동하는 거예요. 작품에 따라 줄넘기 갯수가 다른데, '살인자의 기억법'은 항상 1만 개 정도 했어요. 언젠가 살짝 공황에 빠질 것 같긴 했는데 안할 수는 없어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보니, 그만큼 원작 팬들에 대한 기대감 또한 있는 영화가 됐다. 기존에 원작을 바탕으로 했던 작품들이 미진한 성과를 이루면서, '살인자의 기억법' 흥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저보다 원신연 감독님이 부담이 컸어요.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고 굉장히 무섭게 읽었어요. 같이 망상 속에서 읽었던 것 같아요.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을 때의 무리가 있었을 거예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고 혼자있는 캐릭터이고, 거의 일기 형식이었어요. 그걸 그대로 영화화하기에는 배우가 표현하기에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변형이 됐어요. 그 작업이 필요했고 재생산, 재창조됐다고 생각해요."
설경구는 스스로를 가리켜 "선택을 받는 직업이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라고 말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여러 직업을 가져보고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작품,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며 눈을 반짝였다.
"전 울화가 많은 배우예요. 롤러코스터 배우죠. 복 받은 거죠. 한 직업을 25년 한다는 게, 특히 배우는 쉽지 않아요.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하는게 제겐 엔도르핀이에요. 전 복 받은 직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매번 다음 작품 캐릭터가 끌려요. 이수진 감독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영화 '우상') 또 어떤 얼굴로 살게 될까 싶어요. 오히려 나이 들면서 세보일 수 있는 얼굴과 감정들을 찾는 것 같아요."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오는 6일 개봉.
[사진 = 쇼박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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