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DB의 대역전극. 시작은 기본부터였다.
DB의 컬러는 업템포 농구다. 두경민과 디온테 버튼을 중심으로 쉴 새 없이 2대2를 통해 내, 외곽 찬스를 엿본다. 굳이 24초를 활용하지 않고 조그마한 공간만 발생하면 어느 지점에서도 슛을 시도한다. 전원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틈만 나면 속공과 얼리오펜스를 시도한다.
시즌 중반이다. 이상범 감독은 엔트리 전원을 활용, 체력전을 펼친다. 그래도 개개인의 체력이 시즌 초반보다 떨어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일찌감치 시스템 변화는 없다고 선언했다. 올 시즌은 체력전으로 간다.
KCC는 높이, 스피드를 겸비한 팀이다. 멤버구성이 워낙 좋다. 다양한 스타일의 농구가 가능하다. 즉, 컬러가 다른 9개 구단과의 매치업에 큰 어려움이 없다. DB 특유의 업템포를 무너뜨리기 위해 하승진과 찰스 로드를 선발라인업에 넣었다. 철저히 높이 이점을 활용했다. 공격기회 자체를 KCC가 많이 가지면서, DB 특유의 스피드가 발휘될 기회가 많지 않았다.
DB는 외곽슛 적중률이 좋지 않았다. 두경민을 중심으로 풀어갔지만, KCC는 로드의 이타적인 움직임이 돋보였다. 김민구와 이정현의 돌파 득점을 잇따라 도왔다. 송창용은 안드레 에밋, 에밋은 이정현의 3점포를 연이어 지원했다. DB의 실책과 3점슛 실패에 빠른 공수전환을 통해 에밋, 송교창의 손쉬운 득점이 잇따라 나왔다. DB의 장점을 KCC가 오히려 극대화했다.
에밋과 로드가 함께 뛴 2쿼터에도 KCC의 팀 오펜스는 빛났다. 이정현이 에밋의 골밑 득점을 도왔고, 송창용이 로드의 골밑 득점을 돕는 패스도 나왔다. 3쿼터 중반까지도 유사한 흐름. 에밋, 이정현의 패스에 송창용이 3점포로 마무리한 장면은 가장 돋보였다. KCC는 15점 내외로 앞서갔다.
그러나 3쿼터 중반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KCC의 수비, 리바운드 응집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DB가 버튼을 중심으로 다시 공격 응집력을 끌어올렸다. 여전히 외곽슛 적중률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버튼이 무리하지 않고 골밑 공격에 집중했다.
그 전에 버튼과 윤호영이 수비에서 각각 로드와 에밋의 공격을 몇 차례 차단한 게 흐름이 넘어온 계기였다. 그리고 철저히 이우정, 두경민, 서민수, 김주성 등 국내선수들이 철저히 리바운드에 가담했다. KCC는 에밋과 로드가 흥이 나지 않자 공수 응집력이 갑자기 떨어졌다.
결국 DB는 경기종료 8분13초전 역전했다. 두경민이 이정현의 공을 가로채 속공 득점으로 연결했다. 그 전에 두경민이 김주성의 3점포를 도왔고, 버튼은 공격리바운드와 훅슛을 터트렸다. KCC의 수비 응집력은 떨어졌다.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도 많이 흘렸다.
DB는 에이스 두경민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간결한 움직임으로 스크린을 받아 3점포를 터트렸고, 돌파 이후 플로터 슛을 터트렸다. 버튼도 통렬한 덩크슛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잡고 경기 막판 승부처를 맞이했다. 3분12초전 김주성이 우중간에서 두경민의 패스와 스크린을 받고 3점포를 터트렸다. 7점 리드.
KCC가 이정현의 패스를 송창용이 우측 코너 3점포로 연결, 다시 추격했다. 그러나 DB는 냉정했다. 윤호영이 버튼의 패스를 받고 우측 코너 3점포를 터트렸다. 1분5초전 7점 리드. 승부는 끝났다. 그 전에 두경민이 송창용의 공을 빼앗은 게 결정적이었다. KCC는 중요한 순간에 코너로 빠지는 윤호영의 움직임을 캐치하지 못했다. 46초전 버튼의 덩크슛은 쐐기샷. 결국 DB의 79-70 승리. KCC를 밀어내고 단독선두에 복귀했다.
DB는 이날 완벽한 업템포 농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15점 내외로 뒤질 때 수비와 리바운드 응집력을 끌어올려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올 시즌 이런 경기가 한 두 차례가 아니다. 이 또한 DB의 경쟁력이다. 호화멤버 KCC는 순간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또 한번 노출했다.
[두경민과 서민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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