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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임수정(39)이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의 옷을 입었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어쩌다 16살 종욱(윤찬영)의 엄마가 되어버린 효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동안 미녀의 정석' 임수정이기에 더욱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깊은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던 건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 들어와서 맡았을 뿐이죠."
베테랑 여배우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임수정은 "엄마 캐릭터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싱글 역을 못할 것 같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로맨스 장르나 뭐가 됐든 아직은 나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이유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캐릭터나 장르를 편식하지 않는 배우인 만큼 '당신의 부탁'이 더없이 반가웠지만, 동시에 캐스팅 제안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워낙에 동안 배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부탁' 속 효진은 '배우 임수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역할을 제안했지?' 저 역시도 의아하게 느껴지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연정인 역할이 그랬던 것처럼 의외의 면이 녹아든 덕분에 캐릭터가 더욱 맛깔나게 살아났다.
"사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못 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민규동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저는 연정인처럼 말이 많지도 않고 오히려 느리고, 오묘하고 푼수 같은 매력도 없었거든요. 그 당시에 임수정이란 배우는 수동적이거나 아픈 여자주인공으로 각인돼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죠. 그런데 감독님께선 오히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제가 해야만 한다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을 것 같은 배우가 해야 캐릭터의 매력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설득당했죠. 연정인을 연기하고 제가 이렇게 말이 많을 줄이야 처음 알게 됐던 기억이 나요. 하하. 효진 역할 또한 엄마 캐릭터와 저를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설득력을 갖는,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특히나 '당신의 부탁'의 효진은 기존 작품 속 엄마 이미지와는 다르다. 진부한 모성애 설정이 아니라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효진은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가운데, 죽은 남편이 전처 사이에 낳은 아들인 종욱을 키우기로 결정하는 인물. 덜컥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벌어지는 효진과 종욱의 동거기를 그리는데, 달라진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어요. 입양 가족, 재혼 가족, 다문화 가족 등등 다양하잖아요. 하지만 법 제도는 물론, 우리의 인식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못 쫓아가고 있어요. 이동은 감독님은 이런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에요. 영화에선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런 엄마, 저런 엄마가 나오죠. 저도 '당신의 부탁' 출연을 계기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효진 같은 일이 진짜로 제게 닥칠 수도 있다고 봐요. 만약 저라면 효진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해요."
"결혼이요? 일부러 미뤘던 건 아니에요. 다만, 결혼에 그렇게 집중하면서 살지 않았어요. '이 사람하고 결혼해야겠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요. 언젠가는 그런 분을 만나겠죠?"
[사진 = 명필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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