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에도 전임감독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문규호의 2018 FIBA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이 3패로 끝났다. 12강 토너먼트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단순히 이 대회만 놓고 봐도 이문규호에(한국여자농구에) 부족하고 없는 게 많았다.
박지수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경기력 차이가 너무 컸다. 박지수의 개인기술은 여전히 완성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박지수의 파괴력을 논하기 전에 다른 선수들이 박지수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일단 대표팀에서 뛸만한 포인트가드가 없는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박혜진은 우리은행에선 꽉 짜인 틀에서 1번을 소화하지만, 본래 2번이다) 세계무대서 한 수 위의 운동능력과 패스센스, 경기조율능력을 겸비한 유럽국가들의 1번과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는 확실한 1번이 없었다. 단적으로 박지수 만한 신장을 보유한 빅맨이 없는 그리스를 상대로 박지수에게 제대로 공을 넣어줄 선수가 전무했다. 박지수와의 매끄러운 2대2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할 수 없이 박지수가 3점 라인 근처까지 나와 공을 받아 중거리슛을 던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1~2차례 성공했으나 효율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이문규호에도 박찬희가 필요했다.
또 하나. 박지수가 프랑스, 캐나다 빅맨들을 상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 나올 때 벤치에서 선수들의 포지션을 지정해주거나 풀어주는 부분이 사실상 전무했다. 어차피 세계대회서 미스매치가 많은 현실상 수비농구는 한계가 있다. 지역방어나 트랩도 기술 좋은 유럽선수들에겐 한계가 명확하다. (위성우 감독이 2년 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서 확실히 방향을 설정했다. 당시 위성우호는 벨라루스를 한 차례 잡았고, 나이지리아에 1점차로 지는 등 선전했다)
그렇다면 박지수를 활용한 옵션, 거기서 파생되는 내, 외곽옵션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해야 했다. 그러나 이문규 감독에게 이 부분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있었다면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이식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작전시간 직후 임팩트 있는 득점을 올리거나 흐름을 가져온 케이스가 거의 없었다.
반드시 잡아야 할 그리스를 상대로 후반에 체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뼈 아팠다. 결과론이지만 프랑스, 캐나다를 상대로 경기막판 스코어가 벌어졌을 때 주전들을 좀 더 쉬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피로도가 분명히 있었다.
이밖에 박지수가 코트에 없을 때 대체할만한 확실한 백업이 없었다. 4번은 김한별과 김정은이 분전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박지수의 성장 및 건재 확인, 강이슬의 분전 정도가 수확이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이 감독과 선수들에게 물을 수 없다. 현재 여자농구대표팀 시스템을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서 경기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어느 감독이 이 대회를 지휘하더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근본적으로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단기 감독체제로 돌아가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2016년 9월 남자대표팀이 전임제를 도입할 때 여자대표팀은 무산됐다. 당시 이유가 예산부족과 참가할 국제대회 부족이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금도 이런 이유로 전임감독제 도입을 주저한다.
그러나 이유가 될 수 없다. 대표팀 운영 예산이 적으면 적은대로 전임 코칭스태프를 꾸리면 되고, 참가할 국제대회가 부족하면 직접 국제대회를 만들거나 해외에서 하는 국제대회를 꾸준히 찾아가면 된다.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된다.
한 농구관계자는 "대표팀을 운영할 돈이 부족하면 충당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년째 같은 말뿐이다. 그리고 농구협회가 제대로 예산을 사용하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간과하면 안 된다.
위에서 거론한대로 2년 전 심어놓은 공격농구 시스템을 꾸준히 이어갔다면, 2년이 지난 대표팀 경기력 완성도는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아시아컵 서동철 감독, 올해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이 감독 체제로 계속 바뀌면서 연속성, 체계성이 없었다.
2년 전 위 감독도 공격농구를 선택하면서 "대표팀을 3~4년 맡아보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서 몇 차례 경험하면서 조직적인 수비농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 감독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이 감독은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문제가 산적하다. 1번, 4~5번 문제뿐 아니라 전 포지션을 통틀어 대표팀에 들어올만한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전임감독제를 도입해서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에 대비해야 한다. 3년 뒤 FIBA 아시아컵, 4년 뒤 FIBA 여자농구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있다. 전임감독에게 맡겨서 확실하게 색깔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표팀 시스템부터 확실하게 세우고 나머지 문제들을 풀어가는 게 현실적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탈아시아를 앞둔 일본과 중국 사례를 간과하면 안 된다.
농구협회는 허재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을 다시 찾는 게 시급하다. 남자대표팀 전임감독을 선임하면서 여자대표팀 전임감독도 선임해야 한다. 그 기준은 경력이 아니라 능력과 비전이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당장 전임감독을 선임하지 않더라도 도쿄올림픽 예선 일정에 맞춰 구하겠다는 확실한 방침이라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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