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이제 마운드를 떠나는 LG 좌완투수 봉중근(38)은 대표적인 '별명 부자' 중 1명이다.
봉중근을 대표하는 별명은 역시 '봉의사'일 것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격파하는데 앞장선 봉중근은 스즈키 이치로에게 '견제 굴욕'을 선사하기도 했고 오랜 미국 생활을 바탕으로 한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미국인 심판과 '프리토킹'을 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해 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야구를 깜짝 놀라게 했다.
LG 시절에는 당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인 요한 산타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봉타나'라는 별명이 붙었고 LG 암흑기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승수를 쌓지 못하는 불운이 계속되자 '봉크라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봉중근은 28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상징하는 여러 별명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별명이든 나쁜 별명이든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라는 봉중근은 "'봉크라이'는 잘 던지고도 승수가 모자랐다는 뜻으로 붙여주신 별명인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어도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LG 암흑기에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얻은 교훈도 설명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봉의사'다"라는 봉중근은 "야구하면서 가장 뿌듯한 별명인 것 같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기 때문에 훗날 대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자랑거리라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봉중근은 "'봉미미'라는 별명도 아직까지 듣고 있지만 나는 너무 좋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취재진도 이때 폭소가 터졌다. 별명 이야기 중에도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마치 금지어 같았던 '봉미미'란 별명을 스스로 꺼냈으니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봉중근은 2007년 LG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에 입성했는데 당시 삼성 외국인투수로 뛰던 브라이언 매존이 봉중근에 대한 물음에 "미국에서 뛴 모든 미미한 선수들까지 다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이 그 어원(?)이다. 스스로 '흑역사'를 꺼낸 봉중근의 입담에 기자회견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LG 트윈스 투수 봉중근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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