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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있지. 왜 없어."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24일 KCC전을 앞두고 "약점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유재학 감독이 내놓은 답은 "그렇다"였다. 당연하다는 표정.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수비"라고 힌트를 줬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두~세 팀으로 나눠도 될 정도로 스쿼드가 탄탄하다. 라건아, 이종현, 함지훈, D.J 존슨의 골밑, 양동근, 이대성, 섀년 쇼터, 박경상의 가드진, 베테랑 슈터 오용준, 문태종까지. 주전급만 이 정도다.
각 포지션별 밸런스가 최상이다. 시즌 초반 3경기 연속 100득점 이상 찍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식한 빠른 공격템포, 많은 공격횟수 확보가 자리 잡혔다. 올 시즌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막강한 공격력을 발휘한다.
최근 4경기 중 3경기는 다소 불안했다. DB에 2점차로 신승했다. 또 다른 우승후보 KCC에 10점차로 이겼으나 경기 내내 지배하지 못했다. 심지어 27일 SK를 상대로 시즌 첫 패를 안았다. 28일 KGC에 102점을 따내면서 오랜만에 완승.
그 어떤 강팀도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매 경기 최상의 전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하다. 개개인 컨디션의 업&다운, 빡빡한 일정에 따른 체력 문제, 부상 이슈, 상대의 준비와 컨디션, 파울 콜 등 변수가 많다. 유 감독이 수비를 거론했지만,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경기당 80실점으로 리그 최소다. 수비력이 약한 팀이 절대 아니다.
다만, 유 감독은 과거부터 절대적인 수준의 수비 디테일을 추구했다. 실제 "디테일한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어떤 변수 속에서도 수비 디테일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경기력 기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쉽게 지지 않는 농구의 근간이다.
유 감독의 말도 이해가 된다. 일단 양동근이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처럼 숨막히는 압박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활동량이 떨어지면서, 발 빠른 상대 가드 제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 농구관계자는 "여전히 성실하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단신 외국선수 쇼터는 KBL에 적응하고 있다. 유 감독은 "뭘 시키면 스스로 하나라도 더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수비에 대한 마인드가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탄탄한 몸을 앞세워 상대 3~4번까지 커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그 정도 공헌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오용준과 문태종도 수비력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문태종은 전성기에 비해 기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오리온 시절에도 드러났던 약점. 예를 들어 스크린에 걸리고 스위치를 할 때 로테이션을 하는 속도가 느려 외곽 오픈찬스를 많이 내줬다.
때문에 앞선의 수비력이 과거처럼 촘촘하지 않다. 27일 경기 막판 SK 김선형을 제어하지 못한 이유였다. 심지어 라건아의 수비력도 기복이 있다. 유 감독은 라건아가 DB 크리스 틸먼에게 41점을 내준 것도 수비 적극성이 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유 감독은 타이트한 대인방어를 선호한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지역방어 형태의 프레스를 가미하거나 상대 특성에 따른 트랩 설치, 정교한 로테이션을 선보였다. 상대 전력에 따른 맞춤형 수비전술로 실점을 최소화하는데 능통하다. 그동안 유 감독의 디테일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현대모비스는 예전 챔피언결정전 3연패 시절과 좀 다르다. 수비 활동폭이 좁은 베테랑이 많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부터 공격 횟수를 늘리고, 템포를 끌어올리며 공격농구를 선언했다. 그렇다고 수비가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업템포 농구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려면 오히려 확실한 수비력이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농구에서 공수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즌 초반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유 감독이 원하는 수준의 수비 디테일을 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수비력이 좋은 이대성, 림 프로텍트 능력이 좋은 이종현이 있다. 이들이 중심을 잡고 올 시즌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가면서 유 감독이 원하는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임기응변에 능한 유 감독은 실전을 치르면서 팀을 강화시키는데 탁월한 역량을 자랑한다.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현대모비스. 수치상 수비력도 최강이다. 유 감독이 원하는 디테일을 끌어올리면 더 완벽한 팀, 경기력 기복이 적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도 강한데 앞으로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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