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속이 꽉 찬 사람은 인격이나 지식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격투기 레전드 최무배(48, 노바MMA/최무배짐), 후지타 카즈유키(48, 팀 후지타)가 꼭 그렇다.
최무배와 후지타 카즈유키는 1970년생의 동갑내기다. 두 파이터 모두 레슬러 출신으로 격투기 무대에서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최무배는 2004년, 후지타 카즈유키는 그에 4년 앞선 2000년에 격투기 선수로 데뷔했다.
두 파이터는 격투기 선수로 첫 단추를 잘 꿰었다. 첫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공통점이 있다. 최무배는 한국 대표, 후지타 카즈유키는 일본을 대표해 세계의 파이터들과 경쟁했다.
특히 최무배는 한국인 최초로 프라이드에서 4연승을 거둔 파이터라는 점에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였던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무배는 오래 전부터 격투기를 배운 게 아닌, 30대가 된 후 격투기 선수로 전향해 활동했다. 최근 ‘암바왕’ 윤동식도 최무배를 선구자로 인정, 존경의 말을 전했다.
최무배는 “프라이드에서 4연승을 할 때는 내가 한 경기만 져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진출 못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는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프라이드에서 활약해온 두 선수는 현재까지 단 한 번도 대결한 적이 없다. 한 번쯤 붙었을 법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ROAD FC에서 제 2의 전성기에 다시 만나게 됐다. 최무배와 후지타 카즈유키는 지난 8월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마주했고, 서로를 지목하며 대결하게 됐다.
예전 같았으면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재’가 돼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최무배는 “10년 전이었으면 굉장한 타이틀이 더해지고 인기가 있는 경기였을 것이다. 일본 아재랑 한국 아재가 열심히 해가서 좋은 경기를 만들어보겠다. 좋은 그림이 나오면 좋겠다”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후지타 카즈유키도 “최무배 선수와 나는 닮은 점이 많다. 아마추어 레슬링부터 경력을 쌓은 후 종합격투기로 왔고, 같이 프라이드에서도 활동했다. 그런 점에서 팬들이 경기를 바란다고 하시니까 그 부분은 굉장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후지타 카즈유키는 이어 “최무배 선수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의 최무배가 나고, 한국의 후지타 카즈유키가 최무배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갖는다. 예전과 변함없이 아시아의 헤비급을 대표하는 레전드로서 그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ROAD FC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두 파이터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경기 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 매너도 만점이다. 그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자신을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다.
최무배와 후지타 카즈유키가 케이지 위에서 맞붙을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오는 11월 3일 한일 격투기에 어떤 역사가 새겨질지 궁금하다.
한편 11월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개최되는 XIAOMI ROAD FC 050은 오후 7시부터 스포티비에서 생중계되고, DAUM 스포츠와 아프리카TV, ROAD FC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시청할 수 있다. 해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세계로 동시에 생중계된다.
[최무배-후지타 카즈유키. 사진 = ROAD FC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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