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남도 1번지에서 열린 찰진 축제
내게 붙여진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이라는 타이틀이 때로는 귀찮을 때가다. 지역 축제를 사령탑으로 직접 뛸 때는 주어진 임무에 혼신을 하기 때문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데 관광객 입장에서 축제를 보면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과 촉이 살아나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다. 축제관계자라면 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러할 터! 이번 강진만 ‘제3회 춤추는 갈대축제’ 역시 옥의 티가 눈에 띄었다.
‘나의 문화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강진군을 ‘남도 1번지’로 불렀다. 이 덕분에 강진군은 남도를 대표하는 문화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 되었고 사시사철 강진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이번에 열린 강진만 ‘제3회 춤추는 갈대축제’도 남도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마무리 되었다. 사실 전라남도 강진군은 내게 있어 핏줄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유택(幽宅)이 모셔져 있고 나의 탯줄이 묻힌 운명의 땅. 이번 축제를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기 보다는 고향의 정(情)이 그리운 중년 남자의 눈으로 축제를 보려고 애썼다.
일단 강진만 ‘제3회 춤추는 갈대축제’는 축제의 매개체인 갈대를 십분 활용해 축제에 품격과 재미를 더했다. 또 강진만 생태공원 뛰어난 경관을 잘 조망할 수 있게 공간배치도 잘했고 관광객이 갈대 관련 체험에 집중하도록 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해설사와 함께 갈대밭 걷기, 갈대밭 포토 체험 추억 남기기, 갈대 빗자루 만들기 체험, 갈대밭 K-POP 아이돌 공연 등은 갈대에 집중한 축제관계자의 노력이 역력히 보였다. 축제 개막에 앞 서 이승옥 강진군수가 “지역 관광자원 홍보와 소득창출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제3회 춤추는 갈대축제’에 잘 반영된 듯 했다. 선택과 집중의 묘수를 그런대로 잘 구현해 축제칼럼니스트로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장어(미꾸라지) 잡기 체험 같은 강진만 생태어종을 활용한 재밌는 수산체험 행사도 의미가 있었고, 축제 기간 행사장 곳곳에서 개최된 ‘청춘 버스킹’ 공연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만남 먹거리 장터에서는 강진만에서 잡은 짱뚱어, 장어, 추어탕 요리 등 맛깔스런 강진음식도 맛볼 수 있어 남도1번지다운 면모를 보여줬고, 특히 축하쑈에 KBS 1TV <6시 내 고향>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이 무대에 올라 흥을 돋우고 설운도, 박정식, 이혜리, 현진우 등이 분위기를 띄워 강진만 생태공원이 후끈 닳아 올라 좋았다.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 프로그램
지역 축제에 빠지지 않은 약방의 감초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다. ‘제3회 춤추는 갈대축제’도 '아짐아재' 청춘콘서트가 열렸다.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예전전이 진행됐고 27일 결선이 있었다. 지역주민들이 동안 가지고 있던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면서 읍·면 화합의 장이 되긴 했으나 어딘지 아쉬운 점이 남았다. 지역 축제장에서 지역 콘서트가 대중가요 위주로 흐른 점이 옥의 티라면 티! 바다와 산, 그리고 들판이 잘 어우러진 강진은 예로부터 일노래, 즉 노동요가 많이 전승되었고 육자배기 가락이 그 특징인데 이번 '아짐아재' 청춘콘서트에서 잊혀지고 있는 노동요가 한 두곡 쯤 선보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군관계자가 전통노동요를 잘 부르는 분을 섭외해서 무대에 오르게했더라면 <남도 1번지>라는 명성에 일조를 했을 것이고 강진사람의 노래 맛은 감칠맛이 난다는 소리를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아짐아재' 청춘콘서트가 아닌 강진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판이 되었을 터. 이렇게 옥의 티가 눈에 띄니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이라는 이름표가 귀찮지 않을 수 없다.
이승옥 군수가 주관한 축제 개선대책 회의
2018 강진만 갈대축제가 성료 직후인 11월 5일 ‘제3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개선대책보고회’가 개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축제장 배치, 관광객 안내,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한다. 행사별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솔직하게 끄집어 내어 향후 축제에 개선점을 반영하여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후문. 또 이 자리에 심도 있게 논의 된 것이 지난 2017년부터 열린 남도음식문화큰잔치다. 이승옥 강진 군수는 내년 2019년에 강진군에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는 만큼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의 멋과 맛을 여과 없이 보여주자는 다짐과 함께 축제의 성공을 위해 강진군과 전남도는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지역축제의 사령탑을 여러 번 맡아 본 필자의 입장에서 큰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남도음식문화큰잔치>의 대미를 어떻게 장식해야 내 고향 강진군이 진정한 <남도 1번지>로 또렷이 각인이 될 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축제는 가수 불러서 북치고 장구 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관객이 흥겹게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즐기고, 구경하고, 체험하며 오감을 만족시켜줘야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좋은 추억 안은 관객은 그 다음해에 반드시 또 오게 돼 있다. 가족단위로 오감만족을 느꼈다면 이미 광팬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회는 화살 같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사람도 지자체도 기회라는 화살을 잡아야만 승자가 된다.
보물 보따리가 많은 강진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 문화관광축제 성적표를 내놓았는데 ‘강진청자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우수축제 자리를 유지해 고향 사람으로서 참반가웠다. 강진군은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낸 ‘청자축제’ 이외에도 알찬 문화자원이 많아 잘만 활용한다면 지역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청자축제’ ‘갈대축제’와 더불어 강진의 ‘전라병영성축제’는 앞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본다.
전라병영성축제는 조선왕조 477년간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던 ‘전라병영성’을 모토로 한 축제로 젊은이들에게 호연지기와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의 장이자 축제의 장. 내년 축제는 육군 31사단과 51군수지원단의 협조를 받아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모쪼록 이 좋은 아이템이 널리 알려져 전국의 청춘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축제관리운영 시스템이 구축되어 원활하게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진제공 =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수상경력;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수상) 외 다수
총감독 역임; 서울 마포나루새우젓축제를 비롯 10여개 지역 축제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제이스토리미디어대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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