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의 믿음이 2년차 세터 이원정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도로공사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의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1980년생인 이효희는 현재(10일 오전) 6개 구단 주전 세터 중 가장 많은 71세트를 소화하며 세트당 평균 10.47개의 세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다영(현대건설, 평균 11.59개)에 이은 세트 부문 전체 2위로, 39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한 활약이다.
그러나 세대교체의 선순환을 감안한다면 이효희로만 경기를 운영할 순 없다. 백업 자원의 성장이 절실한데, 전날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만난 김종민 감독은 2년차 세터 이원정의 더딘 성장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이원정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게 안타깝다. 준비를 많이 하는데도 자꾸 엉뚱한 곳에서 범실이 나와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구 명문 선명여고를 나온 이원정은 지난 2017-2018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1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토스와 블로킹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 세터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는 이효희가 흔들릴 때 경기에 들어가 종종 흐름을 바꾸는 능력을 선보였다. 데뷔 첫 시즌임에도 대선배들을 과감하게 활용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는 “기대만큼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감독의 평가다. 육성을 위해 이효희보다 이원정을 더 많이 쓰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 범실이 자꾸만 나온다. 팀도 통합우승을 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상위권을 추격하는 상황이라 이원정에게 많은 세트를 맡길 수 없다. 그래도 이원정을 꾸준히 기용하면서 잠재력을 끄집어내야하는 게 감독의 몫이다. 그렇기에 격려와 주문의 양이 다른 선수보다 많다.
김 감독이 이원정에게 어린 선수다운 패기 있는 모습을 원한다. “아직 어리니 안에 들어가서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굳이 만들어서 플레이하기보다는 정교하게 가는 방향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게 감독의 바람이다. 아울러 “경기에 들어가면 좀 더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함께 남겼다.
자신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든든한 언니도 있다. 전날 흥국생명전을 마치고 만난 이효희는 “(이)원정이가 연습할 때는 잘하는데 경기에선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한다”며 “나도 어릴 때를 돌아보면 언니들에게 토스하는 게 무서웠다. 그 마음을 잘 안다. 평소에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라고 이원정을 응원했다. 감독의 믿음과 대선배의 격려가 한 층 더 성장한 세터 이원정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원정. 사진 = KOVO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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