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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가수 겸 배우 아이유 주연의 4개 단편 영화집 '페르소나'가 최근 공개됐다. '러브세트'(이경미 감독), '썩지 않게 아주 오래'(임필성 감독), '키스가 죄'(전고운 감독), '밤을 걷다'(김종관 감독)다. 총 4개 단편 영화 중 유독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작품이 있다. 바로 '썩지 않게 아주 오래'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비밀을 가진 여자 은(이지은)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남자 정우(박해수)와 정우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증거가 필요한 은의 관계를 다룬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 안에서 아이유는 은이라는 역할을 만나 파격적 변신을 꾀했다. '아이유' 하면 절로 연상되는 순수하고 풋풋한 이미지에 익숙하다면 괴리감마저 들 수 있다.
아이유의 연기 변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 2TV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그리고 '프로듀사'에서 예쁘고 발랄한 캐릭터들로 친숙한 이미지를 연기했던 반면, 케이블채널 tvN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는 극도의 우울로 뛰어들었다.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는 병든 할머니와 함께 살며 사채 빚에 시달리는 '이지안'으로 분했다. 내쉬는 숨 하나하나, 음성 하나하나에 배역에 걸맞은 묵직한 삶의 무게를 담았다. 예쁘게 보이길 포기한 채 짙은 다크서클과 맨 얼굴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이지안'이 아이유의 진짜 모습일 거란 착각까지 일 정도의 인생 연기였다.
하지만 아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를 통해 또 다른 변화를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는 아이유의 모습이 어색한(?) 건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라고 풋풋한 사랑 고백하던 소녀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능숙하게 담배를 피우는 아이유의 모습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순수하고 맑은 음색과는 매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를 제 손바닥 위에서 조종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한없이 가벼운 은의 모습은, 아이유가 추구해온 깊은 감성이 깃든 음악과도 상반된다. 즉, '가수 아이유'로서의 한정된 이미지를 연기를 통해 완전히 탈피했다는 것을 뜻한다.
작품이 막을 내리면 더 이상 대중에게 친숙한 아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유는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을 가두던 틀을 스스로 깼다. 아이유에서, 이지은에서, 은으로 스스로를 분해했다. 우리는 이제 함부로 그녀를 정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이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아이유를 보고 싶은 이유였다.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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