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포심만으로도 쉽게 공략 당할 투수는 아니다."
키움 우완투수 안우진을 향한 데뷔 초반의 내, 외부 평가였다. 정확히 말하면 150km을 육박하는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은 상당하지만, 강속구를 뒷받침하는 변화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약점도 있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투구에, 제구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때문에 타자들의 노림수에 당하는 경우가 잦았다. 결국 데뷔 첫 시즌 선발로테이션 안착은 실패로 끝났다. 2군에서의 조정 끝에 시즌 막판 1군 복귀 후 불펜 추격조로 경험을 쌓았다.
포스트시즌서 괴물로 변했다. 투구밸런스를 잡으면서 빅히트를 쳤다. 팔 각도를 높여 패스트볼의 강점을 극대화했고, 슬라이더의 경우 기존의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형성되는 것 외에 반대궤적으로 흐르는 백도어 슬라이더까지 조금씩 구사했다. 좌타자 승부에 자신감을 가졌다. 2년차 시즌의 강력한 복선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예상대로 올 시즌 안우진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겼다. 스프링캠프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안우진은 백도어 슬라이더와 3~4구종인 커브,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투수가 실전서 손에 완벽히 익지 않은 구종을 자신 있게 구사하는 건 쉽지 않다. 류현진(LA 다저스)처럼 괴물도 있지만, 대부분 부작용을 겪는다. 안우진 역시 마찬가지. 커브, 체인지업을 실전서 계속 활용했고, 잘 들어가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올 시즌 11경기서 5승4패 평균자책점 4.59. 그렇게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다. 퀄리티스타트 7회가 있지만, 여전히 기복도 있다. 제 3~4구종을 실전서 완벽히 정착하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이 분명히 있었다는 게 장정석 감독 분석이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제구까지 흔들리면 초반부터 난타 당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대전 한화전 2⅓이닝 9피안타 4탈삼진 2볼넷 9실점이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후 2경기서 타자들을 압도했다. 지난달 22일 고척 NC전서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 28일 고척 LG전서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합계 13이닝 무실점. 최고의 페이스로 열흘간의 휴식기를 맞이했다.
장정석 감독은 지난달 29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안우진이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기 시작했다. 커브 사용 빈도도 높아졌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2경기서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괴롭힌 게 인상적이었다. 150km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는 타자들에게 커브는 타이밍을 빼앗는 최고의 무기다. 두 가지 슬라이더를 노리는 타자들에게 또 다른 반대궤적의 체인지업은 효율적이다. 안우진 역시 "커브와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자들이 더 잘 속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장 감독은 "현 시점에서 커브는 세 번째 구종, 체인지업은 네 번째 구종이다"라고 단언했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의미. 물론 장 감독은 "캠프 때부터 준비한 과정이 있었다. 지금 당장 던지기 시작한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3~4구종 연마를 긴 호흡으로 하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는 의미다.
포심, 두 가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균일한 완성도를 가질 수 없어도, 커브와 체인지업의 날카로움이 배가되면 안우진은 더 무서워질게 확실하다. 키움을 넘어 리그 최고수준의 우완에이스로 발돋움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장 감독이 걱정하는 게 한 가지 있다. 투구 매커니즘이다. 그는 "지금 안우진은 상체 위주의 투구를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안우진의 투구폼은 여전히 힘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체구도 탄탄한 편은 아니다. 본인에 따르면 입이 짧은 편이라 체중이 오르지 않는 편이다.
장 감독은 "장기적으로 하체의 근육량을 늘려 하체 위주의 투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체를 키우면 상체도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하드웨어를 좀 더 탄탄하게 하면 완성형 투수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상 위험방지 차원에서라도 중요한 대목. 안우진은 "당장 체중을 늘릴 계획은 없다. 대신 투구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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