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NBA처럼 특별선수를 선발하는 리그가 아니라면, 은퇴를 앞둔 선수가 올스타로 선발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비록 출전시간이 적지만, 서울 SK 가드 전태풍은 팬들의 지지를 받아 은퇴 시즌에 올스타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그는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한편, 올스타전을 즐기겠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전태풍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만 해도 “3분 이상 뛰면 힘들어하는 게 보여서…”라고 걱정했던 문경은 감독이 최근 들어 전태풍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하고 있고, 전태풍은 부상 재발 우려를 딛고 SK 가드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SK는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김선형, 성장세를 보인 최성원과 더불어 전태풍을 1번으로 활용하고 있다. “3명 모두 스타일이 달라서 경기운영에 도움이 된다”라는 게 문경은 감독의 설명이다.
전태풍은 햄스트링부상 탓에 시즌 초반 활용도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부쩍 코트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올 시즌 17경기 평균 9분 28초를 소화했으나 최근 6경기 기록은 평균 14분 20초다.
문경은 감독은 전태풍에 대해 “시즌 초반은 투입하면서도 걱정이 들었지만, 이제 ‘어느 시점에 써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전)태풍이 덕분에 (김)선형이가 2번을 소화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하자 전태풍은 “시즌 초반에는 출전시간이 적어서 조급했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어느 정도 출전시간을 소화해야 컨디션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컨디션이 괜찮기 때문에 출전시간에 대한 욕심이 없다. 내가 몇 분을 뛰든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오카포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자코리 윌리엄스의 대체외국선수로 울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오카포는 2004 NBA 드래프트 2순위, 2004-2005시즌 신인상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외국선수로 화제를 모았던 빅맨이다.
전태풍은 오카포의 KBL행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소식을 접한 직후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많이 떨어졌다’라는 표현이 오카포의 몸값인지, 경기력인지 불분명했으나 전태풍에게 궁금한 점은 따로 있었다.
오카포는 2004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남자농구 1부 리그 결승전에서 24득점 15리바운드로 맹활약, 코네티컷대를 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당시 코네티컷대가 결승에서 제압한 상대가 바로 전태풍의 모교 조지아공대였다.
2002년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전태풍은 2004년 NCAA 결승전에 대해 “유럽리그에서 뛸 때라 TV로 경기를 봤다. 우리 학교가 모처럼 결승에 올랐는데 졌다. 모교가 이후 강한 전력을 길게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코네티컷대는 오카포 외에도 벤 고든 등 좋은 선수가 많았다. 전력을 감안하면 모교도 잘 싸웠다”라고 돌아봤다.
전태풍은 객관적 성적은 경쟁자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팬들의 지지를 받아 올스타전의 한 자리를 꿰찼다. 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에 올스타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 셈이다.
전태풍은 “출전시간도 많지 않은데 뽑아준 팬들에게 고맙다. 팬들의 응원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지막 올스타전이니까 재밌게,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겠다. 물론 다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풍.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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