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진해수(34)는 지난 해 LG 마운드의 리더이자 살림꾼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투수조 조장을 맡아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마운드에서는 팀내 최다인 72경기에 출전해 홀드 20개를 쌓으며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진해수는 지난 2018년 평균자책점 7.21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으나 지난 해에는 평균자책점 3.43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진해수는 "작년은 나에게 중요한 시즌이었고 팀이 가을야구에 나가서 더없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2018년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100% 만족은 아니지만 괜찮게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에 들어가기 앞서 최일언 투수코치와 나눈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최일언 코치는 "공을 세게 던지려 한다고 세게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힘을 덜 쓴다는 기분으로 던져야 100%의 힘이 나온다", "스피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나온다"는 말로 볼 스피드를 올리는데 집중하려던 진해수에게 오히려 "힘을 빼고 던져라"는 주문을 했다. 진해수는 "말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그래도 힘을 빼고 던지자는 생각으로 던지니까 나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투수조 조장을 맡고 있는 진해수는 투수진의 건강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애썼다.
"(고)우석, (김)대현, (정)우영이가 워낙 잘 해줘서 팀 성적에 있어서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갈 선수들이다. 내가 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는 진해수는 "어린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던지는지 물어봤다. 선·후배를 떠나서 허물 없이 물어보려고 했다. 1군에 같이 있을 때 편해야 마운드에서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후배들이 겪을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했음을 이야기했다.
시대는 변했다. 진해수도 "감독님도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으신다. 선수들도 예전과 다르게 딱딱한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웃고 즐기면서 운동할 때는 집중하는 분위기를 다들 선호하는 것 같다. 이제는 강압적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LG 야수진은 주장 김현수를 중심으로 덕아웃에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럼 투수진은 어떨까. 진해수는 "야수들처럼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번씩 밥도 같이 먹으면서 어려움이 있는지 서로 물어보고 있다. 다들 성격이 무난해서 잘 어울렸다"고 전했다.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잡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진해수는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2+1년 총액 14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진해수에게 소감을 묻자 "홀가분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변에 계약을 쉽게 못 하는 선수도 있는데 구단에서 먼저 '계약을 하자'고 말씀해주셔서 기분 좋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진해수는 "열심히 준비해서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세월을 돌이켜보면 진해수가 2015년 LG 유니폼을 입은 것이 야구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 된 것은 물론이다. 트레이드로 LG에 올 당시만 해도 진해수는 입스(Yips)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고 보여준 것도 없었다. 이러다 1~2년이 지나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진해수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지원 아래 '입스 탈출'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스를 극복하고 LG 필승조에 안착했다.
"LG에 온 것은 나에게 전환점이 됐다. 참고 기다려준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있었다. 2016년 후반기부터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 혼자 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라 생각하지 않는다. 기회를 준 구단과 코칭스태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LG는 나에게 정말 뜻깊은 팀이다"
이제 진해수의 시선은 2020시즌으로 향한다. "작년에 좋았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을 중점을 둘 계획"이라는 진해수는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투수가 됐는데 감독님이 '그렇게만 던져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난 해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했던 투수가 바로 진해수였다.
LG는 지난 해 가을야구 복귀한 것을 넘어 올해는 정상을 노크하려 한다. "작년에 가을야구가 아쉽게 끝났으니 올해 조금 더 잘 해보자는 마음은 확실한 것 같다"는 진해수의 말에서 LG 선수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진해수는 "팀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서 던지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이 잘 되는 것이 첫 번째다. 아프지 않고 1군에서 뛰는 게 목표"라는 각오와 함께 2020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진해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