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겨울 축제
지금 전국 지역축제가 중병을 앓고 있다. 겨울철 이상 고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까지 겹쳐 지역축제가 이중 삼중으로 몸살을 앓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관광산업 전반이 휘청거린다. 연쇄적신 줄도산이 우려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돋보기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지역축제가 안고 있는 난관이 한눈에 잡히는 데 문제는 이 난관이 불가항력적이라는데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속수무책 상대다.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얼음과 눈이 주 무대인 강원도 겨울 축제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폐렴)가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얼음 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제 축제 이름에서 ‘얼음나라’라는 말을 빼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상 고온과 1월 초 내린 겨울폭우로 인해 두 차례나 연기됐다가 간신히 열린 화천 산천어 축제는 하루하루가 비상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개막은 했다. 하지만 언제 얼음이 녹을지 관계자 모두가 노심초사 애를 태웠는데 결국은 부교를 띄워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화천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축제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우한 폐렴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화천군과 군 보건의료원은 화천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모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열감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화천군보건의료원은 열 감지를 통해 이상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은 매뉴얼에 따라 발병 국가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한 후 필요한 조처를 할 계획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안전지대로 보이지만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는 산천어 축제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어려움이 화천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너무 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직격탄
오는 8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정월 대보름은 설. 추석과 더불어 민족 3대 명절로 불리는 잔칫날이다. 그런데 올해 대보름 행사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예전 같으면 2월 4일 입춘 잔치에 이어서 정월 대보름 행사로 지자체마다 흥이 넘칠텐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썰렁하고 우울한 정월 대보름을 맞는다.
작년에도 정월 대보름 행사가 전면 취소됐었다. 구제역이 2년 만에 다시 발생하면서 전국 정월 대보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고, 겨우 대보름 축제를 한 지역도 대폭 축소되어 정월 대보름 행사라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작년에 구제역 여파로 우울한 정월 대보름을 보내면서 내년에는 제대로 정월 대보름을 즐겨보리라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심각한 지경이다. 2018년에는 조류독감(AI), 2019년에는 구제역,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정월 축제가 타격을 입고 있는데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지니 큰 걱정이다.
요즘 축제 관계자들은 초비상 사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어 봄 축제는 고사하고 여름 축제까지도 전멸하는 게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축제가 사라지면 그 지역 경제만 휘청거리는 게 아니다. 음향산업, 영상산업, 대중문화예술인, 숙박업소, 음식점 등등 전 분야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둘린다.
증가하는 사회재난, 대책 없는 지역축제
2019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구제역, 조류독감 같은 사회재난과 미세먼지. 황사, 태풍, 폭우 같은 자연재난이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통계자료를 보면 사회재난 피해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인명피해만도 335명이나 된다. 이런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이 닥치면 앞에서도 언급했듯 지역축제와 대규모 행사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는 자발적으로 지역축제를 최소하거나 축소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
지역축제가 최소되거나 축소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건 지역 주민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지역축제를 위해 피땀 흘려 가꿔온 특산물이 직격탄을 맞는다. 수확한 특산물을 판매하고 홍보할 기회를 사회재난에 의해 원천봉쇄되면 농축산 농가는 물론이고 판매자와 홍보회사까지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그다음 피해를 보는 건 관련 기업과 축제대행사, 문화예술인이다. 길게는 1년 남짓, 짧게는 6개월에서 3개월 이상을 준비해 온 축제가 취소되면 축제대행사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만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지역축제가 취소되면 축제대행사와 문화예술인들 대부분이 이전에 해왔던 관행대로 아무런 불만도 표시하지 못하고 손실을 떠안을 게 뻔하다. 보상에 대한 정확한 기준과 지침도 주지 않고 지자체에서 축제 취소 결정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항변은 고사하고 내색 조차 못하는 게 축제 업계 현실이다. 지역축제의 중요성과 가치는 높이 사면서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이 닥쳤을 때 축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보호받을 안전장치 하나 없이 큰 상처를 받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K-POP, 관광산업, 역사 깊은 전통문화 콘텐츠, 한식 등에 힘입어 문화강국으로 불린다. 그런데 지역축제가 쇠퇴한다면 문화강국이라는 명성도 힘을 잃을 수 있다. 위기라는 말 속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사회재난과 미세먼지 황사, 태풍과 같은 자연재난이 위협을 가하는 지금, 지역축제가 새롭게 태어날 발판을 구축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지역축제 최소한의 안전망 필요
지역축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축제 관련 종사자들이 한 마음 한뜻이 되는 거라고 본다. 모래알 같이 흩어져 있으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어느 학자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청국장에 비유했다. 콩을 그릇에 담지 않고 바닥에 놓으면 낱알로 흩어져버린다. 그런데 그 콩을 삶아 불려서 띄우면 점액질이 많은 청국장이 된다. 지금 지역축제에 필요한 것은 알알이 흩어져 독자 생존하고 있는 축제관련자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다. 구심점을 구축해놓고 하나로 뭉치면 없던 힘이 생겨나고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바이러스로 발생되는 악재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며 궁극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축제관련 종사자나 축제대행사들이 한 두 번은 경험해봤을 아이템 유출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지금은 저작권 시대다. 음악, 미술, 문학, 가요. 영화, 드라마, 출판, 광고 등등 모든 분야에서 저작권을 따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축제만 여기서 제외되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지금이 지역축제 권리를 찾는 적기(適期)라는 얘기다.
지역축제 안전망이 생기면
필자 김종원은 오래전부터 축제대행사, 총감독, 문화예술인, 음향, 영상 관련업자 등등 지역축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있는 날을 꿈꿔왔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축제관련자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사회재난 자연재난에서 지역축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가슴이 벅차다.
축제 준비하느라 죽어라 고생하고도 축제가 최소.축소되었을 경우 아무런 항변조차못하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은 이제 끝나야 한다. 머리가 쥐가 나고 발에 불이 나도록 축제 제안서를 준비했다가 아이디어만 뺏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지역축제가 살고, 지자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문화 경쟁력이 쑥쑥 자라고 문화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사회재난과 미세먼지 태풍과 같은 자연재난은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지역축제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지자체의 미래도 담보할 수가 없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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