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 최고의 외국선수라고 생각한다."
최근 타 구단 한 사령탑은 "LG가 하위권(9위)에 처졌지만, 캐디 라렌의 기량은 올 시즌 10개 구단 외국선수들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사령탑은 라렌이 상대 팀의 집중견제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활약하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LG는 시즌 중반까지 라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김시래와 라렌의 픽&롤, 픽&팝은 상당히 좋은 무기다. 라렌은 외곽슛 능력도 갖췄다. 현주엽 감독은 "우리 팀에서 3점슛도 제일 좋다. 던져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김시래와 라렌의 2대2에서 파생된 찬스를 국내선수들이 마무리하는 능력은 떨어졌다. 결국 승부처에 라렌에게 공이 집중됐다. 라렌이 매 경기 상대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지금도 이런 약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에이스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유병훈의 좋은 패스센스와 함께 강병현, 김동량, 정희재 등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라렌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라렌은 포스트업과 페이스업에 두루 능숙하다. 골밑에서 마무리하는 집중력이 상당히 좋다. 라렌을 상대하는 팀은 대부분 트랩 디펜스를 한다. 수비수들은 파울을 감수하고 강력한 마크를 한다. LG가 9위라고 해도 라렌의 득점을 줄이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의 순위와 별개로, 집중견제에 대처하는 라렌의 자세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40분 내내 거의 짜증을 내지 않는다. 수비수의 파울성 동작에도 심판에게 거의 어필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포커페이스.
자신의 개성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시대다. 최근 득점 후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면서 팬들과 호흡하는 선수가 많다. 특히 감정 표현에 솔직한 외국선수가 많다. 그러나 상대의 집중견제에 힘들고 짜증나는 감정까지 팬들에게 표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동료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팀의 응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라렌은 "내 마음 속에선 화가 나는데, 참아야 한다. 그걸 상대에 보여주면 상대가 '아 이게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아야 한다"라고 했다. 좋지 않은 감정을 억누르고 무섭게 경기에 집중하면서, 동료를 안심시키고 팀 전체의 응집력을 끌어올린다. 라렌이 기록 그 이상으로 뛰어난 외국선수라는 증거다.
패스도 예리하다. 지난달 31일 오리온전의 경우, 경기 막판 승부처서 트랩을 뚫고 골밑으로 달려들어오던 김동량에게 날카로운 바운드 패스를 한 건 백미였다. 라렌은 "해줄 수 있는 건 밖으로 빼주는 것이다. 더블팀을 경험하면서 빼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라렌은 올 시즌 38경기서 평균 26분33초간 21.5점 10.8리바운드 1.2블록을 기록했다. 득점 1위, 리바운드 2위, 블록 3위다. 경기당 자유투 성공 개수도 4.5개로 1위. 상대 집중견제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끝에 남긴 값진 기록이다.
[라렌(위), 라렌과 LG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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