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2쿼터에만 20점을 몰아쳤다. 경기흐름을 바꿨다. 칼렙 그린이 부활할 조짐이다.
최근 DB의 고민은 칼렙 그린이었다. 4라운드 중반 A형 독감에 걸렸고, 1~2경기 결장했다. 문제는 이후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치나누 오누아쿠의 공수 생산력은 매우 안정적이다.
다만, 플레이오프를 감안할 때 강력한 B옵션 그린의 컨디션 난조는 걱정거리였다. 그린은 내, 외곽 공격력은 물론 국내선수들을 살리는 능력도 갖췄다. 시즌 초반 국내선수들과 일으켰던 시너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9일 오리온과의 홈 경기. DB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오리온은 날카로운 세트오펜스를 보여줬다. 한호빈, 허일영, 보리스 사보비치 등의 외곽포가 잇따라 터졌다. 그러나 2쿼터 시작과 함께 투입된 그린이 경기흐름을 확 바꿨다.
시작하자마자 좌중간에서 속공 3점포를 꽂았다. 돌파, 3점포 등 시즌 초반에 보여준 날카로운 공격력이 되살아났다. 윤호영이 실질적으로 템포를 조절하고 경기를 조율하면서, 그린이 한결 편하게 경기에 임했다. 스크린과 패스를 통해 간결한 움직임으로 점수를 만들면서, 순식간에 DB가 주도권을 잡았다. 결국 2쿼터에만 3점슛 4개 포함 20점. 오리온은 장신포워드들이 즐비하지만, 그린을 전혀 막지 못했다.
오리온은 3쿼터 시작과 함께 한호빈과 임종일, 허일영, 이승현, 아드리안 유터로 빅 라인업을 꾸렸다. 190cm이 넘는 선수만 4명. 그러나 효율성은 떨어졌다. 실책이 잦았고, 유터의 마무리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부각됐다. 몇 차례 골밑을 헤집었으나 과거 전성기에 비해 적극성이 떨어진다. 외곽에 나와 생산력이 떨어지면서, 국내선수들과 동선이 겹치기도 한다.
DB는 빅라인업 공략의 정석을 보여줬다. 김민구를 위주로 더욱 템포를 끌어올렸다. 손쉬운 득점을 잇따라 생산했다. 결국 오리온은 김강선을 투입, 빅라인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후 DB가 골밑에서 잇따라 실책을 범했다. 장재석이 좋은 수비력을 몇 차례 보여줬다. 오누아쿠의 힘을 버텨내지 못했지만, 공을 긁어내는 센스는 괜찮은 편이다.
오리온의 3쿼터 막판 반격은 매서웠다. 지역방어로 DB의 흐름을 차단한 뒤 한호빈, 김강선의 3점포와 속공으로 순식간에 2~3점차로 추격했다. 여기에 윤호영이 4파울에 걸리면서 DB의 최대 위기. 그러자 이 감독은 다시 한번 그린을 투입했다. 그린은 곧바로 장재석을 상대로 포스트업 득점을 올린 뒤 조한진의 속공을 블록으로 차단했다. 종료 직전 이현민에게 공을 빼앗긴 건 옥에 티.
4쿼터는 힘의 싸움이었다. 가동인력이 풍부한 DB, 빅 라인업이 효율적이지 않은 오리온은 구사할 수 있는 옵션의 차이가 있었다. DB는 오누아쿠와 김종규를 앞세워 손쉽게 골밑을 장악했다. 김민구와 김종규의 속공이 곁들여지며 달아났다. 오리온은 오누아쿠에게 트랩을 들어갔으나 효과적이지 않았다. 오누아쿠의 3점포, 김민구의 스틸과 속공 등으로 손쉽게 경기 마무리. 92-82 승리. 다만, 경기종료 1분20초전 그린이 U파울 2개로 퇴장 당한 건 옥에 티였다.
DB는 8일 KT에 일격을 당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이제부터 연패는 안 된다. 순위다툼에 치명적이다"라고 했다. 장신포워드가 많은 오리온은 매치업상 DB도 까다롭다. 그러나 DB는 높이와 스피드, 외곽포까지 두루 갖춘 팀. 역시 승부처에 강했다. 허웅과 김태술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린의 부활은 반가웠다. 최하위 오리온도 잘 싸웠다. 그러나 전력의 한계는 뚜렷했다. 외국선수들의 생산력이 너무 떨어진다.
[그린.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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