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오리온 김병철 감독대행은 26일 현대모비스와의 홈 경기이자 사령탑 데뷔전을 앞두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겐 공격적으로, 자신 있게 해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패를 하다 보니 경기만 하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연습할 때부터 힘을 빼고 할 수 있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올 시즌 각종 좋지 않은 이슈 속에 최하위로 처졌다. 추일승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다. 구단은 일찌감치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추 전 감독의 후계자로 김병철 감독대행을 점 찍었다. 추 전 감독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대행이 당장 뭔가 의욕적으로 해볼 상황은 아니다. 위에서 거론한대로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들의 리듬을 되찾아주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 요소다. 단, 감독은 그것만 할 수 없다.
김 감독대행은 2011년 은퇴와 동시에 코치로 추일승 전 감독을 10년간 보좌했다. '추일승 농구'를 가장 잘 아는 농구인이 김 감독대행이다. 그는 "감독님을 10년간 모시면서 배운 것도 많고 좋은 말씀도 너무 많이 들어서 뭐부터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많은 걸 말씀하지 않는 분이었다.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KBL도 무관중 경기가 시작됐다. 김 감독대행은 여러 변수가 있어도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는 "수비를 좀 바꿔봤다"라고 했다. 현대모비스가 기본적으로 수비전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걸 감안하면, 수비를 등한시 할 수 없었다.
스위치디펜스를 기반으로 했다. 상대 드리블러가 사이드로 가면 트랩을 했고, 리온 윌리엄스가 중앙에서 공을 잡아도 두 명씩 달라 붙었다. 지역방어를 하는 듯 간격을 나눠 수비하면서도 스크린에 걸리면 수비를 하기도 했다.
공격에선 이현민과 한호빈을 철저히 구분해 활용했다. 활동량이 많은 한호빈은 올 시즌 미드레인지 공략이 부쩍 좋아졌다. 보리스 사보비치가 한호빈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장면도 있었다. 김강선, 한호빈과 사보비치의 2대2도 간간이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1~2쿼터에 1-3-1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그러자 노련한 이현민이 수 차례 공략했다. 직접 기습적인 3점포를 넣었고, 골밑의 사보비치와 2대2를 하거나 골밑으로 컷인하던 최진수, 임종일에게 정확하게 패스했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3쿼터부터 지역방어 사용빈도를 낮췄다.
현대모비스는 득점력이 좋은 포워드 레지 윌리엄스와 무릎 수술과 재활을 딛고 돌아온 이종현을 동시에 투입했다. 그러나 레지는 실전 공백이 길어 긴 시간 활용이 어려웠다. 이종현은 아무래도 몸싸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리온 윌리엄스가 빠지면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12점차로 시작한 4쿼터. 그러나 초반 실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사보비치가 한호빈과 스크린을 주고 받은 뒤 3점포 한 방을 터트렸으나 4점차까지 추격 당했다. 현대모비스의 외곽포가 잇따라 림을 외면한 뒤 한호빈이 속공과 추가자유투로 점수를 만들며 한 숨 돌렸다. 이후 김 감독대행은 현대모비스가 요청한 작전시간을 통해 정비한 뒤, 근소한 리드를 지켰다. 4점차로 추격 당한 13초전에는 직접 작전시간을 불러 현대모비스의 프레스에 대비했다. 결국 68-64 승리. 김 감독대행의 데뷔전 승리.
상대적으로 4쿼터 내용은 아쉬움이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내용이 그만큼 더 좋지 않기도 했다. 다만, 김 감독대행이 산전수전을 겪은 '만수' 유재학 감독을 괴롭히기엔 충분했다. 김 감독대행의 스타일, 역량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데뷔전은 성공이다.
[김병철 오리온 감독대행. 사진 = 고양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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