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유럽 축구 리그가 중단됐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K리그도 무기한 연기가 결정됐다.
선수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겨우내 입에 단내가 풍기며 땀 흘린 훈련의 성과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답답하고 아쉬운 건 베테랑과 신예의 마음이 같았다.
K리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원일은 K리그에서 남성 팬이 가장 많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김원일에게도 아픈 시련은 있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대학 무대였다. 당당하게 대학 무대에 입성했지만 당대 최강으로 불리던 숭실대에서 좀처럼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김원일은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군복무를 결심했고 해병대에 지원해 해병 1,037기로 입대했다.
김원일은 "숭실대 2학년 때 경기를 뛰지 못해 선수 은퇴까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입대를 선택했고 군 생활 동안 매 순간이 전쟁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아마 해병대 생활이 아니었다면 축구 인생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절실한 마음과 간절한 의지를 갖고 다시 사회로 돌아온 김원일은 대학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뒤 2010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았다. 군 생활을 했던 포항땅을 다시 밟으며 포항과의 인연을 이어 나갔다. 이후 K리그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은 김원일은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2020년 새롭게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고향 팀인 김포 시민축구단에 합류했다. 김원일은 “김포 토박이로 통진중학교와 통진종고를 나왔다. 고향 팀에 오니 마음도 편하고 고정운 감독님도 잘해주셔서 정말 좋다. K3리그 무대에서 마지막 축구 인생을 잘 정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원일은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와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김원일은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K3리그에도 충분히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선수 생활은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원일은 2020시즌을 앞두고 대구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마침 같은 재활 센터를 이용 중이던 선수협 이근호 회장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의기투합했다.
김원일은 “재활 훈련을 진행할 때 이근호 회장을 비롯해 프로를 꿈꾸는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재활센터에서 처음 본 후배들이었는데도 실력 향상이나 축구선수로서 팬을 대하는 방법 등을 많이 조언하는 장면을 보니 역시 회장이구나 싶었다”며 “하루는 (이)근호 형이 어린 선수들을 모아놓고 야식을 사주시면서 선수협의 필요성과 한국 축구 제도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근호 형 역시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라 그런지 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축구의 발전만을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원일은 “아무래도 K리그 선수들보다 K3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어렵다. 올시즌을 앞두고 선수협에서 축구화를 비롯해 축구용품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근호 회장을 비롯해 박주호, 염기훈 부회장 등 임원진들이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으니 더 많은 후배가 선수협이라는 튼튼한 울타리에서 함께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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