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V리그 여자부를 호령했던 ‘디그 여왕’ 김해란(36)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부상도 없고 다가오는 도쿄올림픽도 출전하고 싶지만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0일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김해란은 2019-2020시즌이 코로나19로 조기에 마무리된 뒤 남편, 구단과의 상의 끝에 정들었던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10일 마이데일리와 통화가 닿은 김해란은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아쉬울 때 내려놔야 더 좋은 것 같다. 후회는 없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었다. 김해란은 이전부터 출산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원래 2018-2019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하려고 했지만 한 시즌을 더 하게 됐고, 녹슬지 않은 기량과 함께 국가대표팀에도 뽑혀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기여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나이로 37세가 되며 더 이상 출산을 미룰 수 없었다. 김해란은 “임신을 하려면 운동을 할 수 없다”며 “사실 작년부터 생각을 했고, 1년 더 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배구가 중단되면서 다시 출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평소 애처가로 알려진 남편도 아내 김해란의 은퇴를 지지했다. 김해란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남편과 상의를 많이 하고 남편 말을 듣는 편이다. 남편도 이제는 내려놓고 그만하자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김해란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최고의 리베로로 군림했다. 통산 14428수비(디그 성공+리시브 정확), 9819디그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남자부 레전드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현대캐피탈)도 12617수비, 5050디그를 기록 중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은 “내가 공을 때리는 곳에 (김)해란 언니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해란은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으로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꼽았다. 2005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프로에 입성한 그는 정규시즌 우승과 달리 챔피언결정전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은퇴를 1년 앞두고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셈이 됐다.
김해란은 “우승을 한 번은 해봐서 다행이다”라고 웃으며 “사실 이번 시즌 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리그가 조기에 끝나 아쉽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선수라면 올림픽을 또 나가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1년이 미뤄지며 내 입장에서 거기까지 갈 수 없었다”고 했다.
만일 올림픽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다음 시즌도 김해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그는 “그렇다고 1년을 더하는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올림픽까지만 뛰고 은퇴를 하려고 생각했다. 이젠 후배들에게 맡기겠다”고 전했다.
김해란은 향후 가정에 충실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할 계획이다. 원하던 출산을 이루면 지도자를 할 생각도 있다. 그는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한 팀에 들어가 지도자를 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도자 생각은 원래부터 있었다. 선수들을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해란의 V리그 여정은 424경기-1624세트에서 멈추게 됐다. 김해란은 그 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힘들 때마다 응원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 응원에 힘이 나서 정말 열심히 이 때까지 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김해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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