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상수 형이 하는 걸 보고 배웠다."
키움 히어로즈 좌완 이영준은 7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야구를 너무 못했다. 평균구속 131km이었다"라고 돌아봤다. 2014년 KT 위즈에 입단한 뒤 소리 소문 없이 방출됐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금천구청에서 공익근무를 하며 이를 악물고 개인훈련을 했다.
금천구청 체력단련실에서, 근처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에서, 서건창에게 소개를 받은 시설에서 KBO리그 복귀를 꿈꿨다. 이영준은 "휴가를 하루도 쓰지 않다가 (당시)넥센 테스트를 위해 한꺼번에 다 썼다"라고 했다.
손혁 감독은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는 하늘도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땀은 헛되지 않았다. 살도 빼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도 키워서 구속을 올렸다. 결국 2017년 넥센에 입단했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이름을 알렸다.
포스트시즌서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뿌렸다. 포심 그립을 쥐고 던지지만 궤적은 컷패스트볼이다. SK 투수코치였던 손 감독은 그런 이영준을 기억해뒀다. 김상수와 오주원이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된 현재, 김태훈과 함께 키움 필승계투조의 핵심으로 활용한다.
이영준은 "불펜투수라면 누구나 필승계투조를 꿈꾼다. 8회에 투입되는데 중심타선을 자주 만난다. 작년 포스트시즌보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겨내야 한다.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작년 반짝한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비중이 높아진 것에 감사하다. 신이 주신 기회"라고 했다.
14경기서 2패6홀드 평균자책점 5.73. 작년보다 구속은 약간 떨어졌다. 그러나 9일 대구 삼성전 1이닝 무실점 포함 최근 5경기 연속 무실점. 이영준은 "작년 포스트시즌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구속은 1~2km 줄었는데, 팬들이 오면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올라갈 것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영준에게 새로운 야구인생을 선사한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우선 야구노트다. "작년에 (김)상수 형이 하는 걸 보고 배웠다"라고 했다.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을 사용한다. 한 권은 일기 형식이다. "훈련일지도 써놓고, 야구를 하다 생각나는 것들, 느낀 점, 선배들이 해준 좋은 얘기 등도 적는다. 야구 얘기가 아니더라도 쓰고 싶은 얘기를 쓴다. 스트레스가 풀린다"라고 했다.
또 한 권은 경기 전 전력분석미팅에 갖고 들어간다. 전력분석팀과 나눈 얘기를 요약, 정리해놓는다. 디테일한 내용이 적혀있다. 이영준은 "상대 팀 주요 타자가 어느 코스를 잘 치고, 어떤 점이 좋은지 등을 적는다"라고 했다.
작년 7월부터 작성했다. 이영준의 야구인생은 야구노트를 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도 멘탈에 도움이 된다. 나름대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봐도 재미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열린 귀다. 선배, 지도자의 조언을 야구노트에 정리하면서 머리와 마음에도 눌러 담는다. 이영준은 "대만에서 이택근 선배님, (김)상수 형, (오)주원이 형 등에게 정말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서른 줄에 접어든 이영준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이 취할 것을 택한다. 가장 고마운 선수는 마무리 조상우다. 후배지만, 조언에 나이는 불필요하다. 그는 "상우에게 많이 물어본다. 참 고맙다. 멘탈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상우가 없었다면 방어율이 더 올랐을 것이다"라고 했다.
비중이 높아진 2020시즌. 새로운 삶을 사는 이영준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8~90%된다. 2스트라이크까지 잘 잡는데 파울 커트가 돼서 투구수가 늘어나긴 한다. 그래도 지금처럼 던지면 될 것 같다. 볼넷보다 안타를 맞는 게 낫다"라고 했다.
[이영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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