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너는 이강철 감독님 스타일이 아닌데 왜 이 감독님처럼 던지냐. 너는 임창용 선배 스타일이다."
2019년 신인왕 LG 우완 사이드암 정우영(21)은 2020년을 시작하면서 걱정이 많았다. 시즌 전 자체 청백전, 타 구단 교류전서 좋지 않았다. 9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시즌이 다가오니 '그냥 하자'라고 생각했다. 올 시즌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라고 털어놨다.
2019년 LG 불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56경기서 4승6패1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72. 그러나 정글과도 같은 프로에서 언제 고비가 올지 모른다. 커브를 실전서 던질 수 있게 준비했다. 잘 풀리지 않았다.
정우영은 "단점을 보완하다 장점이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했다. 시즌에 들어오니 내 모습이 나오더라"고 했다. 순항 중이다. 13경기서 1승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1.06. 9일 경기서도 1⅓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정우영은 "커브를 연습하다 보니 내 팔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코치님과 상의해서 있는 걸로 가기로 했다. 그러니 내 모습이 나왔다"라고 했다. 커브를 연습하니 사이드암 특유의 장점을 잃었다. 팔 스로잉이 짧아지면서 주무기 투심도 무뎌졌다는 설명이다. 팔을 충분히 뻗지 못하면 그만큼 높이가 올라가고, 어정쩡해질 수 있다. 결국 자신에겐 커브가 맞지 않다는 걸 확인했다.
베테랑 김현수의 예리한 조언도 한 몫 했다. 김현수는 정우영에게 "너는 (KT)이강철 감독님 같은 스타일이 아닌데 왜 이 감독님처럼 던지냐. 너는 임창용 선배 같은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오프스피드 피치보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게 정우영의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커브를 주무기로 완급조절에 능했던 이 감독보다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했던 임창용의 전성기 시절에 가깝다는 의미.
정우영은 김현수의 지적에 감사한 마음이다. "홈 경기서는 라커에 있는 시간이 길다. 현수 형과 자주 얘기하는데 사실 장난을 더 많이 친다. 물론 사람마다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트랙맨으로도 커브를 버린 효과를 확인했다. 정우영은 "트랙맨에서의 각종 수치는 작년보다 오히려 더 좋다. 팔 각도가 조금 올라오긴 했는데 무브먼트는 큰 변화가 없다. (유)강남이형은 오히려 구위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라면서 "키움전(6일 고척. 1⅓이닝 1실점)은 조금 흔들렸다"라고 돌아봤다.
정우영은 올 시즌 이민호(라는 후배가 생겼다. 자신이 김현수 등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은 것처럼, 이민호에게도 도움이 되려고 한다. 그는 "민호는 아직 본인이 1군에 있으니 좋아 한다. 얻어맞아 봐야 한다.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다. 분명히 고비는 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호가 올해 신인왕을 받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받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도 한 번 더 채찍질했다. 정우영은 "나도 언제 고비가 올지 모른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작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던지니 좋았다. 얻어맞고 블론세이브도 하니 야구를 알게 됐다"라고 했다.
왼 무릎 내측 반월판 수술을 받은 마무리 고우석의 복귀도 기대했다. 정우영은 "우석이 형의 수술 얘기를 듣고 주위에서 내가 마무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속으로 그럴 것 같았는데 상규 형이 잘 메우고 있다. 우석이 형이 부상으로 빠져서 아쉽다. 돌아오면 뒷문은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우석과 내기도 진행 중이다. 올 시즌 고우석이 30세이브, 자신이 20홀드를 달성하면 서로에게 선물을 하나씩 사주기로 했다. 고우석이 적어도 6월까지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으니 일단 상황은 자신에게 유리해졌다. 정우영은 "내기는 내가 유리해졌다. 선물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정우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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