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불량한 가족'이다. 제목 그대로 '불량한' 모양새의 영화가 나왔다.
'불량한 가족'은 24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인기 그룹 에이핑크 리더 박초롱이 주연 자리를 꿰차며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선 작품으로, 관심을 끌었었다.
'불량한 가족'은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유리(박초롱)가 우연히 다혜(김다예)의 특별한 패밀리를 만나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 드라마. '내 딸의 아빠가 나타났다'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연 영화는 엉성한 수준의 만듦새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출을 맡은 장재일 감독은 "'불량한 가족'은 2007년 단 돈 2만 원 때문에 벌어진 수원역 노숙 소녀 살인사건에서 출발했다. 무죄인 아이들을 유죄로 만들어버린 사건으로 가출한 아이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가족이 싫어서 나간 떠난 아이들이 아빠, 엄마 역할을 하면서 가족 놀이를 하고 있더라.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게 가족의 따뜻함이라는 것, 이를 '불량한 가족'에 담으려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던 바.
거창한 의미 부여일 뿐, 오히려 영화는 청소년 가출을 미화하는 쪽에 가깝다.
총체적 난국이지만 우선 '몸캠 협박' '미성년자 성매매' 등 아찔한 사건들을 가볍게 치부하며 눈살을 찌푸린다. 낯선 남성들의 성매매 제안, 성추행 시도를 고등학생 유리와 다혜가 우습게 넘기거나 폭행으로 퇴치하는데 통쾌함을 주려는 장치가 참으로 저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클라이맥스를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 설정으로 장식, 경각심 없는 시선은 마지막까지 뚝심 있게 이어지며 속을 타게 만든다. 더불어 '대부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젊은 청년 대국(도지한)이 가출 소녀들의 아빠를 자처하고, 이들은 시종일관 "가족이 별 거냐. 함께 있어 즐거우면 가족이지"라는 철없는 소리만 해댄다. 온갖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 '불량한 가족'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라는 무모한 마인드를 내세우며 '고구마'를 안긴다.
무엇보다 주인공 유리의 고민, 가출 이유부터 공감을 사지 못하며 극 초반 휘어잡는 몰입감이 부족, 러닝타임 103분이 길게만 느껴진다. 아빠 현두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박원상의 연기력이 워낙 뛰어난 탓에 오히려 가장의 고단함이 부각되며 관객들이 유리의 감정에 공유할 틈 없이 현두의 측은함에 빠져들게 된다. 이로 인해 '불량한 가족'이 더없이 철없게 다가오며 휴먼 코미디의 균열이 일어나고 힐링은커녕 가출 청소년들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무거운 숙제로 떠안고 나오는 찝찝함을 선사한다. 영화가 이를 심도 깊게 다루지 못하며 관객들이 대신 그 안일함을 짚어줘야 하는 꼴이다.
에이핑크 박초롱의 열연도 아쉬움을 남긴다. 극을 이끌어나가기엔 연기 내공이 부족해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박초롱은 그저 '초롱초롱'할 뿐이었다. 물론, 도지한과 김다예의 연기력 또한 과하게 전달되는데 작품의 완성도가 낮은 걸 무시할 수 없기에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불량한 가족'은 오는 7월 9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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