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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원래도 잘했지만 두산에 오면 더 잘한다. KBO리그에 입성해 타 팀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긴 투수들의 공통점이다.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기세가 무섭다. 알칸타라는 지난 21일 잠실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로 10승 고지에 선착했다. 지난 5월 21일 사직 롯데전부터 13경기 연속 무패 및 10연승에 성공했고, 6월 10일 창원 NC전부터 시작된 퀄리티스타트 행진도 8경기로 늘렸다. 올 시즌 다승 1위, 이닝 2위(90⅓이닝), 탈삼진 3위(83개), 평균자책점 6위(2.89)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서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알칸타라는 두산 스카우팀이 2018년 말부터 꾸준히 모니터링한 외인이다.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와의 재계약으로 2019년 알칸타라의 KT 위즈행을 지켜봐야 했지만, 2020시즌 재계약에 실패하자 발 빠르게 움직여 영입에 성공했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두산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KT에서 27경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을 거둔 그는 올해 14경기 만에 10승 고지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또 다시 원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한 외인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두산은 과거 타 구단 출신 외인들을 영입해 큰 재미를 본 구단이다. 원소속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외인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변신했다.
먼저 2001년 KIA에서 7승에 그쳤던 게리 래스가 2002년 16승, 2004년 17승(다승왕)을 거뒀고, 2005년 KIA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다니엘 리오스는 2005년 15승, 2006년 12승을 거쳐 2007년 33경기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의 호투로 외국인투수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3관왕에 올랐고, MVP와 함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까지 에이스로 활약한 조쉬 린드블럼이다. 2015년부터 롯데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2018년 두산으로 팀을 옮겨 그해 15승을 거둔 뒤 이듬해 30경기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을 남기며 다승, 승률, 탈삼진 3관왕 및 MVP,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과연 비결은 무엇일까. 22일 잠실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나도 감독인데 다른 팀에서 계약 안하는 선수를 굳이 데려와서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나 스카우팀의 분석과 선수들의 의견이 영입 쪽으로 기울면 귀를 열고 이를 경청한다.
김 감독은 “스카우트팀의 외인 분석 자료를 본다. 일단 검증이 어느 정도 돼 있다는 게 영입의 첫 번째 조건”이라며 “우리 타자들이 경기를 하면서 느낀 그 투수의 장점도 들어본다. 이 선수가 우리 팀에 왔을 때 이전보다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생기면 데려온다. 그 때까지 함께 상의를 한다”고 말했다.
두산에 와서 환골탈태한 선수들은 두산 특유의 안정적인 수비와 높은 득점권 집중력을 호투 요인으로 꼽는다. 과거 린드블럼은 승리할 때마다 “야수진 수비의 도움이 컸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고, 최근 알칸타라도 “두산에 와서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고, 수비도 잘해준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도 두산에 와서 더욱 강해진 알칸타라의 투구에 흡족함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시속 155km의 강속구가 가장 큰 강점이다. 본인이 자신의 공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 같다. 포크볼도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올해 역시 두산의 외인 농사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확보했다. 부동의 에이스 린드블럼이 빠졌지만, KT에서 온 알칸타라가 그 자리를 그대로 메웠다. 김 감독은 “그래도 다른 팀에서 온 외인들이 지금까지는 다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위부터 라울 알칸타라-다니엘 리오스-조쉬 린드블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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