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지난 18일 잠실 KIA전에서 짜릿한 끝내기승리를 거둔 LG. 당연히 끝내기홈런을 친 김현수가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그 전에 승부를 연장으로 이끈 건 대주자 신민재의 빠른 발이었다.
신민재는 18일 경기서 4-5로 뒤진 9회말 무사에서 안타를 치고 나간 박용택의 대주자로 출전했다. 신민재가 투입되자 KIA 배터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마무리 전상현은 잦은 견제로 타자와의 승부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견제를 이겨낸 신민재는 유강남의 헛스윙 삼진과 동시에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 때 포수 한승택의 2루 송구가 2루수 김규성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흘렀다. 신민재를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의 진행방향을 주시하며 3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고, 멋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신민재의 빠른 발과 판단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후 정주현의 적시타 때 동점 득점까지 올리며 팀의 연장 끝내기승리를 뒷받침했다.
류중일 감독도 신민재의 주루 센스에 흡족함을 나타냈다. 류 감독은 전날 “최근 도루 실패도 하고 견제사도 당했지만 어제(18일)는 결과가 좋았다”며 “신민재 같은 대주자가 나오면 투수, 포수, 내야수들이 모두 바빠진다. 빠른 선수들이 많은 팀이 그만큼 유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민재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건 지난 시즌이다. 2015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해 지난해 마침내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장점은 남들보다 월등히 빠른 발 하나. 그러나 이를 앞세워 1군에서 81경기(94타석)를 뛰었다. 그리고 올 시즌 역시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출전해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신민재를 보면 과거 삼성에서 특급 대주자로 활약한 강명구 삼성 코치가 떠오른다. 강명구 역시 공교롭게도 류 감독 밑에서 대주자로 중용됐다. 강명구의 프로 10시즌 통산 기록은 581경기 타율 .192 57안타 26타점 153득점 111도루. 표면적으로는 초라한 기록이지만, 153득점이란 지표가 대주자의 가치를 입증한다. 또한 135차례 도루를 시도해 111개를 성공시키며 약 82%의 높은 도루 성공률을 남겼다.
류 감독은 “현재 신민재가 과거 강명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선수들은 경기 중후반 역할이 중요하다. 강명구는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해줬다”고 했다.
류 감독이 꼽은 신민재의 향후 보완점은 도루 성공률이다. 신민재는 프로 두 시즌 통산 22차례 도루를 시도했는데 그 중 12차례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률은 약 55%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도루 센스를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후반 팽팽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류 감독은 “(신민재가) 현재는 재봉틀처럼 발만 빠른 것 같다”고 진단하며 “발만 빠르다고 도루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수의 투구폼을 보고 견제 시점을 알아채야 하며 변화구 타이밍도 캐치해야 한다. 리드 폭을 제외하고 25m 거리에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스타트도 중요하다. 발이 아닌 야구 센스의 문제다 ”라고 강조했다.
빠른 발과 야구 센스를 동시에 갖췄을 때 비로소 특급 대주자가 될 수 있다. 빠른 발은 타고났지만, 센스는 경험을 통해 쌓아야 한다. 신민재는 이제 고작 1군 114경기에 나섰을 뿐이다.
류 감독은 “신민재를 계속해서 경기 중후반 중요한 상황에 대주자로 기용해서 움직일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루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주루 센스는 야구를 하다보면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신민재의 발전을 기원했다.
[신민재-강명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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