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올해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만 진행했다. 고척돔은 야수들에게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난이도는 공격이 아닌 수비를 의미한다. 수비하기가 꽤 까다롭다.
단기전서 수비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물며 고척이라면 더더욱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4차전이 수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NC는 4차전까지 무려 7개의 실책을 범했다. 특히 3차전 5회 투수 김영규의 1루 송구 실책과 유격수 노진혁의 '알까기' 실책은 치명적이었다. 베테랑 박석민은 1~2차전서 잇따라 실점과 직결되는 포구 및 송구 실책을 했다.
두산은 4차전서 처음으로 실책을 기록했다. 우익수 조수행이 6회 양의지의 안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했다. 이후 양의지는 결승득점을 올렸다. NC는 한국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무실책 경기를 하는 듯했으나 8회 박민우가 송구 실책을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경기흐름을 요동친 건 물론,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실책이 적지 않다.
NC와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서 수비를 잘 하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NC가 87개의 실책으로 최소 3위, 두산은 85개의 실책으로 최소 2위였다. 결국 고척돔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한국시리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척돔 그라운드에는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일단 타구가 그라운드에 닿으면 천연잔디보다 스피드가 올라간다. 육안으로 확인이 되지 않아도 잔디의 표면이 불규칙한 지역도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내야수가 바운드를 측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정규시즌에도 내야수들의 포구 실책이 잦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포함 포스트시즌에만 81경기에 나선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20일 3차전 직후 "고척은 타구가 빠르다. 불규칙한 타구도 많다"라면서 "공을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풋워크가 안 되는 선수에겐 쉽지 않은 그라운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결국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천연잔디와 똑같이 계산하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시리즈 잔여경기 역시 실책이 화두다. 김재호 역시 KT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서 한 차례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4경기서는 철벽이다. 무실책.
김재호는 현재 두산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다. 수비에서의 가치가 더 높다. 포스트시즌 통산 81경기서 실책은 9개. 사실 한국시리즈(39경기) 통산 실책이 6개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무실책 시리즈는 없었다. 오히려 수비하기가 까다로운 고척에서 한국시리즈 무실책에 도전한다.
김재호의 이번 한국시리즈 타격감과 수비 안정감을 감안할 때,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MVP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인 욕심보다 팀이 우선이다. 이런 경기일수록 팀을 위해 체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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