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둘 다 하고 은퇴하고 싶었다."
윤석민은 2005년부터 2018년, 뼛속까지 '타이거즈맨'이었다. 잠시 미국 무대에 도전하기도 했고, 어깨부상으로 2016년 이후 제대로 뛰지 못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2011년 투수 4관왕에 포스트시즌 및 국제대회 임팩트는 엄청났다.
통산 398경기서 77승75패86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3.29. 커리어 내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느라 100승과 100세이브 모두 아깝게 놓쳤다. 윤석민은 30일 은퇴식을 앞두고 "솔직히 둘 다 하고 은퇴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행복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래도 2020년 은퇴 선언을 후회한 적은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괜찮아졌고, 심지어 사흘 정도 공을 던져보기도 했다. 윤석민은 "어깨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곽정철 코치님에게 '혹시 안 아프면 받아줄 의향 있나요?', '건강한 윤석민이 필요하지 않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절친한 곽 코치와 농담 삼아 나눈 대화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때 윤석민은 오히려 은퇴하길 잘 했다고 느꼈다. "사실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니었다. 유튜브 채널에서 기부를 위한 미션을 준비해야 해서 연습했는데, 3일째까지 괜찮다가 4일째부터 못 던지겠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퇴할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KIA 투수코치라면 과연 나를 쓸까?'라고. 내가 윤석민이라는 투수를 10년이나 데리고 있어도 안 썼을 것이다"라고 했다. 어깨 부상 이슈가 있는 베테랑 투수를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쓰기에는, 윤석민에게도, KIA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윤석민은 "(불펜)연투도 안 되고, (선발)한 번 잘 던져도 관리해줘야 하고, 팀이 윤석민에게 너무 포커스를 맞추면 안 된다. 선수도 스트레스를 받고, 팀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과도 안 좋을 수 있다"라고 했다.
야구는 개인스포츠이면서 팀 스포츠다. 어깨가 아팠던 베테랑 투수 한 명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쓰는 것보다 미래를 보는 게 옳다고 여겼다. 윤석민은 "내가 코치라면 날 안 쓸 것 같다. 평범한 투수가 됐다. 그래서 은퇴했다"라고 했다.
100승과 100세이브를 응시했던 베테랑 투수의 좌절. 평범한 교훈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선수는 건강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 윤석민은 "마운드에 오래 있고 싶었다. 누구보다 오래 있지 못해 후회스럽다. 건강했다면 하는 생각이 크다. 물론 이제 그것도 의미 없는 후회"라고 했다.
[윤석민. 사진 = 광주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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