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1일 저녁 7시 벌어진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 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기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선 떠오른 인물이 한명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장명부 투수이다. 1982년말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 1983년 첫해에 30승을 올리며 프로야구의 전설로 남은 인물이다. 직구 구속은 타자들을 압도할 만큼 빠르지는 못했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 익힌 노련미로 타자들을 농락했다. 그래서 너구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장명부를 소환하게 만든 선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선발투수로 나선 라울 발데스 때문이다. 그도 노련미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는 점이다. 현역시절 장명부 같은 느낌이 든 이유이다. 물론 장명부는 오른 손, 발데스는 왼손이지만...
발데스는 1977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45살이다. 도쿄 올림픽 투수코치로 활약중인 정대현 코치보다 한 살이 많다.
그의 투구를 보자. 정말 노련미가 철철 넘친다. 직구 구속은 130km밖에 되지 않지만 타자들을 유인하는 변화구로 한국 타자들을 막아냈다. 완급 조절 능력도 빼어났다.
도미니카공화국이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멕시코 두 경기를 치렀지만 단 한번도 등판하지 않고 한국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아마도 왼손타자들이 많은 맞춤 선발이 아닌 가 싶다.
한국대표팀 김경문 감독도 오른 손타자인 양의지를 4번에 배치하는 등 타순도 조정했지만 발데스 공략에 실패했다. 발데스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한 점 밖에 뽑지 못했다.
발데스는 45살의 나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순발력도 뛰어났다. 2회 1사2루에서 황재균의 투수앞 땅볼 때 몸의 중심이 3루쪽으로 쏠렸음에도 잡아내는 반사신경을 보였다.
그를 칭찬하고 싶은 것은 사실 따로 있다. 그의 몸관리이다. 그는 마운드에서 투구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마스크를 꺼내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야구 경기를 보면서 마운드에서 마스크를 쓰고 내려오는 투수는 본적이 없다.
당연히 덕아웃에서도 혼자 떨어져 앉은 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쌓여 은퇴하고 감독이나 해야할 나이인 45살에 국가대표로 뽑혀 한국전 선발로 뛸 만큼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정말 그 나이에 뱃살 하나 없을 정도의 철저한 몸관리는 상대 선수이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늦은 밤 술판을 벌이면서 선수생명을 단축시키는 바보같은 짓을 하는 대한민국 프로야구선수들은 제발 발데스의 몸관리를 본받기 바란다.
[한국전에서 역투한 발데스. 그라운드서 마스크를 쓴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AFPBBNews]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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