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야구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야구계 어르신부터 언론, 팬들까지 하나같이 졸전에 대해 채찍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질책과 사과만했지 안타깝게도 적절한 대안을 내놓는 야구인 하나 없다. 또 전부 '입’으로만, 뜬구름같은 말만 한다. '이 난국을 타개하겠다’며 누구하나‘몸’으로 솔선수범하는 야구인이 없다.
십수년간 프로야구판에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수백억에 이르는 돈과 명예를 거머쥔 스타들조차도 누구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들도 말못할 이유가 있겠지만 안타깝고 아쉬운 건 지금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TV를 한번 켜보자. 프로야구 삼성 출신 ‘국민타자’ 이승엽(45)이 야구 방망이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면서 그라운드가 아닌 페어웨이를 질주한다. 간간이 ‘굿샷’이라며 추임새도 넣는다.
18년간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은퇴한 두산의 홍성흔(45)도 가끔 골프 프로그램이나 토크 예능 같은 곳에 나와 선수시절처럼 화려한 입담과 춤, 노래 솜씨를 자랑한다.
2001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2020년 한화에서 은퇴한 김태균(39)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더니만 최근에는 ‘전국방방쿡쿡’에서 아예 앞치마를 두르고 배트 대신 조리 기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19년동안 LG 단 한팀에서 뛴 ‘원클럽 플레이어’ 박용택(42)도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예능판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모습도 서슴지 않고 보여준다.
이외에도 심수창을 비롯해서 많은 대한민국 프로야구 출신 스타들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서 꼭 야구판에 돌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해설위원, 홍보대사 등 음으로 양으로 야구 발전을 위해서 힘쓰고 있다”라고 항변할 것이다.
또한 “내가 가고 싶어도 프로야구 팀이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서 어떤 방법이 있느냐” “허재, 안정환 등 농구, 축구 스타들도 지금 예능판을 휩쓸고 있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하소연할 수도 있다.
맞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면서 ‘썰’ 좀 풀고 오면 코치 월급 보다 더 받는 현실에서 야구판에서 ‘개고생’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박봉에 10개월간 거의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코치생활보다 매일 가족들과 도란도란 즐거운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굿잡’이 있는데 이를 말릴 수도 없다.
하나, 이들은 프로야구판에서 팬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스타출신이다. 프로야구판에 빚이있다. 이제 이들의 나이 40전후이다. 한국 프로야구판을 이끌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나이이다. 그럼에도 프로야구출신 스타들이 안타깝게도 야구판이 아니라 예능판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당연히 ‘소는 누가 키우냐’ 라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야구인'이 아니라 '예능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을 듯 하다.
이승엽, 홍성흔, 김태균, 박용택 등 이들의 가슴 속에는 선수 때처럼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남아 있을 것이다. '만신창이 야구를 위해 어떻게 하면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등등 분명히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 답도 어느정도 안다.
프로야구가 아니라 분명히 ’다른 현장‘도 있는 것도 알 것이다. 단지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결단력과 이를 실천할 용기가 조금 부족할 뿐이다.
2017년 10월3일 이승엽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구란 내 인생 자체고 보물이다. 야구가 아니었다면 제 이름은 없었다고 본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야구인이고 싶다. 선수로 은퇴하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삼성 구단과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 야구는 정말 제게는 사랑, 그 자체다."
[이승엽, 김태균, 홍성흔, 박용택(사진 위부터). 사진=SBS, mbn, E채널 화면 캡쳐, 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