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선수층이 얇아진 상황이라서…"
키움은 도쿄올림픽 휴식기 전후로 전력손실이 가장 큰 팀이다. 물론 뿌린 대로 거뒀던 탓이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부적절한 사적 모임 및 음주로 KBO리그를 뒤엎었다. 송우현은 후반기 개막과 동시에 음주운전 혐의로 충격을 안겼다.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세 사람을 쓸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송우현은 이미 방출됐다.
끝이 아니다. 제이크 브리검은 아내의 건강 문제로 복귀 자체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전반기 막판부터 부상이 있던 박병호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이탈했다. KT 소형준의 투구에 팔꿈치를 맞았다. 그나마 1~2경기 정도 이탈이라 큰 손실은 아니다. 마무리 조상우도 도쿄올림픽에서의 혹사로 휴식 및 점검이 필요하다.
KT와의 후반기 첫 3연전을 스윕했다. 전통적으로 주축 선수 2~3명 정도 빠질 때 힘을 발휘한 특성은 있다. 2018년 플레이오프 진출,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모두 주축들의 줄부상을 딛고 일궈낸 성과였다. 특유의 끈끈한 컬러가 예년만 못하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키움 특유의 좋은 육성 시스템을 통해 공고한 플랜B~C를 비축했고, 고비마다 힘을 내왔다.
일단 선발진에는 김동혁과 이승호가 들어왔다. 이적생 정찬헌은 14일 고척 두산전서 데뷔전을 갖는다. 조상우가 잠시 쉬는 동안 김태훈과 김성민이 번갈아 마무리를 맡았다. 조상우가 돌아오면 다시 필승계투조다. 양현, 김선기 등이 뒷받침한다.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어느 정도 계산 돼야 안정적인 레이스가 가능하다. 인상적인 건 홍 감독이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12일 고척 KT전을 앞두고 "조상우는 완벽한 몸과 마음을 갖춘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다. 힘들지만 결정을 내렸다"라고 했다. 당장이 아닌 10~11월 승부까지 염두에 둔 결정.
어쨌든 필승계투조는 지난 1~2년에 비해 눈에 띄게 약화됐다. 이승호가 선발진으로 돌아가면서 김태훈과 김성민의 과부하가 불가피하다. 2군에서 제구를 다잡는 프로젝트까지 소화한 장재영도 대기한다. 홍 감독은 "사실 김동혁이 전반기에 필승조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김성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장재영도 상황을 보면서 등판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야수진은 뎁스가 얇아졌음에도 더블포지션을 구축, 후반기 막판 순위다툼까지 내다본다. 사실 더블포지션과 지명타자 로테이션은 홍 감독이 지난 몇 년간 코치 시절부터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주축들의 체력을 세이브하고, 상대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
일단 서건창(LG)이 빠진 2루는 송성문이 주전으로 나선다. 여기에 김휘집, 김주형이 현재 1군에 있다. 전병우도 2루수로 쓸 수 있다. 현재 1군에 없는 김병휘, 김웅빈 등이 올라올 수도 있다. 새 외국인타자 윌 크레익은 13일에 1군에 합류한다. 1루와 외야를 병행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위기를 대비해서라도 멀티 포지션을 구상하고 있다. 김휘집이 3루수로 나갈 수도 있고 송성문도 2루수로 뛰지만 3루수도 가능하다. 김혜성이 유격수로서 체력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2루수 기용도 구상하고 있다"라고 했다.
어떻게든 자리는 채울 수 있다. 중요한 건 누가 임팩트를 보여주면서 포지션 경쟁을 이끌어 나가느냐다. 전력의 상수가 적은 건 분명 부담이 된다. 실제 3루수의 경우 지난 1~2년간 뚜렷한 주인이 없었다. 외야 한 자리 역시 크레익이 커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또 다른 국내 선수가 확실히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일단 작년 주전 중견수 박준태나 변상권에게 기회가 왔다.
키움은 이 위기를 넘으면 가을야구를 기대해 볼만 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하위권 추락도 가능하다. 일단 후반기 출발은 좋다.
[키움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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