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베테랑은 팀의 중추...올림픽 마무리 실패 오승환을 기억해야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이날 고척에서는 '2021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는 한화가 종반까지 승기를 잡았지만 8회 2점을 내주며 3-3 동점이 됐다.
그리고 9회말 키움의 마지막 공격. 키움은 9번 신준우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1번 이용규의 야수선택, 2번 김혜성의 고의 4구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3번 송성문이 1루수 옆을 지나가는 끝내기 우전안타로 4-3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때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안타를 맞고 경기가 끝나자 마자 마운드에 주저앉으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대역죄인처럼 고개를 떨궈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라고 보인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20년전 똑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김병현이다. 2001년 11월2일 뉴욕양키스 구장.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양키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이 열렸다. 그해 9월11일 일어났던 세계 무역센터에 대한 테러로 인해 월드시리즈가 11월에 열리게 됐다.
애리조나 마무리 투수 김병현은 5차전 2-0으로 앞선 9회말 2아웃에서 스캇 브로셔스에게 2점 홈런을 두들겨 맞고 동점을 허용한 후 마운드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김병현은 전날 열렸던 4차전에서 9회 동점 홈런 10회 3-3에서 데릭 지터에세 끝내기 홈런을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김병현은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다시 동점을 만들어 준 자신을 자책하면서 마운드에 주저 앉았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극적인 장면으로 종종 방송을 타고 있다.
김병현은 “이틀 연속 비슷한 상황에서 홈런을 맞은 자신이 너무 미워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며 “마운드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자신이 싫었다”고 후회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김병현은 만 21살의 어린 나이였기에 마운드에서 여유를 가질 정신이 없었다. 화장실에서 만난 김병현은 눈가가 촉촉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노장이었던 커트 실링이나 랜디 존슨, 그리고 현재 KIA 감독인 매트 윌리엄스 등 30대 후반들의 노장들이 김병현을 위로해줬었다.
결국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김병현은“졌으면 저는 여기(뱅크 원 볼파크 라커룸) 못들어와요”라며 활짝 웃었다.
20년 전 김병현의 ‘아픈 상처’ 겸 ‘추억’을 소환한 이유는 정우람의 행동을 탓하기 위해서다. 정우람은 우리나이로 36살의 베테랑 투수이다. 마무리 투수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다. 마운드에서 주저 앉을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팀을 이끌고 가야 할 선배이고 노장이다. 팀의 베테랑인 선배가 무너지면 후배들의 심적 부담은 더더욱 커진다.
지난 도쿄 올림픽 때를 보자. 동메달 결정전서 비록 오승환이 도미니카 공화국 타선에 역전을 허용하며 무너졌지만 결코 주저 앉지는 않았다. 오승환으로서는 정우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그는 허공만 바라 만 봤을 뿐이다.
[2001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주저앉은 김병현. 키움전에서 주저앉은 정우람.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서 역전을 허용한 후 오승환. 사진=AFPBBNews. sbs 스포츠 화면 캡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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