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거장(巨匠)’ 김응용감독을 영입하고 2013시즌을 팀 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절치부심한 한화 이글스는 속절없이 개막 13연패에 빠졌다. 2003년 롯데의 개막 12연패를 넘어서는 최악의 불명예였다.
그해 한화가 홈인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신생 팀인 NC 다이노스에 6-4 역전승을 거두고 13연패에서 탈출한 경기 후 당시 72세(1941년생)의 ‘노장(老將)’ 김응용감독은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이 복받쳐 올랐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모습에 일각에서는 김응용감독이 야구 인생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며 각별한 의미를 두기도 했다. 이날 한화 선수단은 물론 팬들까지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화의‘독수리들(Eagles)’이 13연패에 종지부를 찍은 2013년 4월16일은 새로운 개막 연패 기록이 나올 때까지 한국 프로야구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날 승리는 과연 누구의 힘이었을까. 선수단이 삭발을 하고 김태균이 홈런을 치며 활약했지만 그 공을 한화 팬들에게 돌려야 옳다고 생각한다. 김응용감독이 눈물을 흘렸다면 그것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날 구장에는 600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와 한화의 승리를 염원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사실 의외였다. 홈 팀이 개막 13연패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대전 구장이 텅 비어 적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화 팬들은 너도나도 발길을 대전구장으로 향했고 6000여명의 팬들은 한화의 승리를 감격의 눈물로 자축했다. 참으로 대단한 한화 팬들이었다. 2002시즌으로 기억하는데 롯데 구단이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 거릴 때 사직구장에 겨우 69명의 관중수를 기록한 적도 있다. 야구에 살고 죽는다는 야구의 도시 부산의 팬들도 롯데의 성적이 형편없자 냉정하게 돌아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06시즌으로 기억한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 구장인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Oriole Park at Camden Yards)’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 광경을 ‘행위 예술’ 같았다고 표현했다. ‘오리올(Oriole)’은 북미에서 ‘찌르레기’ 새를 말한다. 한화 이글스(Eagles)도 독수리들로 같은 새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새를 명칭으로 가지고 있는 팀들로는 김광현이 활약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Cardinals, 홍방울새) 등이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유일하게 새를 구단 명칭에 사용한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시즌 내내 최하위권에서 허덕여 팬들을 실망시켰는데 이날 디트로이트전 4회 진풍경이 연출됐다. 1000명이 넘는 볼티모어 팬들이 4회 경기 도중, 일제히 구장을 빠져 나갔다. 관중석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팬들은 5시8분 모두 일어나 한데 모이면서 일렬로 행진을 하듯 야구장을 나가 버렸다.
이들은 모두 검정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새들이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풀어주라(Free the Birds!)’는 문장이 인쇄돼 있었다.
새들은 북미산 ‘찌르레기 새’들인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의미했다. 그리고 야구장에서 진기한 ‘행위 예술’을 연출한 시각이 5시 8분이었던 것은 볼티모어 구단 출신의 위대한 선수들인 브룩스 로빈슨의 배번(5)과 칼 립켄(8번)을 상징한 것이었다.
볼티모어 구단주는 피터 안젤로스이다. 그는 1993년 구단주가 됐는데 이후 1997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켜 구단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볼티모어 팬들의 기대가 커졌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1998시즌부터 그 해 2006년까지 계속 하위권에 처져 절망감을 팬들에게 안겨주었다.
이날 팬들의 항의 시위는 ‘우리는 더 이상 볼티모어가 패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니 떠난 팬들이 다시 야구장에 돌아올 수 있게 구단이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한국프로야구도 연고지 팬들은 승리하는 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을 원한다. 그런데 구단이 투자를 해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팀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생기고 한화처럼 13연패를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화는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을 LA 다저스로 보내고 받은 ‘트레이드 머니’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개축하는 등 많은 투자를 했다.
당시 한화는 13연패를 탈출하면서 중요한 것을 깨닫고 얻었다. 바로 한화 팬들이 기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화 팬들은 구단, 선수단과 하나가 돼 있었다.
올시즌 한화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해 시즌을 치르고 있으나 최하위이다. 롯데도 래리 서튼 감독, KIA는 매트 윌리엄스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는데 역시 하위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 보인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역시 승률 3할을 겨우 넘기며 최하위에 처져있다.
과연 팬들이 계속 기다려줄까?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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