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9개 구단의 방향성과 실행력은 괜찮나요.'
프로스포츠에서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나 단장이 잘리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KIA의 최근 칼바람은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은 물론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까지 한꺼번에 퇴진시켰다.
구단이 돌아가는 트리플 컨트롤타워를 하루아침에 해체시킨 것이었다. 감독, 사장, 단장이 동시에 옷을 벗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SSG가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했지만, 성적 부진이 아닌 염경엽 전 감독의 건강악화에 의한 자진사퇴가 시발점이었다. 염 전 감독이 나간 뒤 프런트까지 쇄신한 것이었다.
즉, KIA의 이번 사태는 단순히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만 방점을 둔 게 아니라는 걸 암시한다. 모기업이 성적 부진만을 문제로 삼았다면 이 대표이사와 조 단장까지 동시에 팀을 떠날 명분은 없었다.
결국 모기업이 프런트의 방향성과 현장의 실행력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봐야 한다. 사실 KIA는 2019시즌부터 서서히 리빌딩에 들어갈 타이밍이었다. 2017년 통합우승 후 베테랑 타자들은 나이를 더 먹었고, 최원준을 제외하면 젊은 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렇다면 윌리엄스 감독 부임 2년차였던 올해는 리빌딩이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진입하면서 전체적인 경쟁력까지 끌어올려야 할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성적도 리빌딩도 잡지 못했다. 구단은 윌리엄스 감독에게 실질적 지원을 넉넉하게 해주지 못하면서 2군 전권까지 맡겼다. 그렇다고 윌리엄스 감독이 2군 멤버들을 1군에서 체계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나머지 9개 구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단순히 한 해 성적이 부진했다고 감독이나 프런트 수뇌부를 교체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러나 현장과 프런트의 방향성과 철학에 금이 가거나 갈등 후 봉합이 매끄럽지 않을 경우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 올 시즌 초에 사령탑을 교체한 롯데가 대표적 사례다.
성적을 떠나서 현장과 프런트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느냐, 그에 맞는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예를 들어 KT는 이숭용 단장-이강철 감독 체제에서 리빌딩을 마치고 윈나우 팀으로 변신, 창단 첫 통합우승을 노린다. LG의 경우 윈나우를 천명했고, 후반기를 앞두고 트레이드까지 했다. 포스트시즌 최종결말이 어떻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 두 팀의 방향성은 비슷하면서도 실행력에선 일단 KT가 조금 앞서갔다.
반대로 한화는 최하위를 각오하고 리빌딩 버튼을 눌렀다. 아예 외부에서 전문가 집단(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외국인 코치들)을 모셔왔다. 최하위라고 해서 구단의 방향성과 실행력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내년 프로세스가 궁금한 시점. 최근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해 선수 관리에 디테일을 더했다.
삼성은 리빌딩이 좀 더 걸릴 줄 알았지만, 5년의 암흑기 이후 곧바로 대권 컨텐더로 떠올랐다. 이런 팀의 경우 내년 이후 방향 제시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두산도 사실상 리빌딩 모드로 돌아섰고, 키움도 구단 특수성을 감안하면 확실한 윈나우 팀은 아니다. SSG와 롯데도 리툴링 혹은 리빌딩 팀에 가깝다.
시즌이 끝난 팀도,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도 있다. 나름대로 처한 사정과 현실에 따라 냉정하게 1년을 돌아볼 시기다. 구단들의 방향성과 실행력은 과연 괜찮을까. KIA의 칼바람이 던진 화두다.
[KIA 벤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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