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KT 위즈 박경수가 신생팀 시절의 설움을 날려버리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박경수는 지난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발을 들였다. 수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야구는 맘 먹은대로 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어느덧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갖춘 박경수는 KT에 새 둥지를 틀었고, 마침내 전성기가 찾아왔다.
박경수는 이적 첫 시즌 137경기에 출전해 22홈런 73타점 타율 0.294, OPS 0.906의 성적을 거두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등 타율 0.313로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개인 성적과 함께 신생팀이던 KT도 함께 성장했다.
박경수가 입단한 이후 줄곧 하위권을 전전하던 KT는 2018년 9위로 한 계단을 뛰어올랐다. 그리고 2019년 6위, 2020년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넣는 파란을 일으켰다. 박경수는 생애 첫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타율 0.375(8타수 3안타)로 분전했지만, 팀이 1승 3패로 탈락하며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했다.
박경수는 다시 한번 팀이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게 힘을 보태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 성적이 뒤따르지 않았다. 박경수는 올해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2(280타수 46안타)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의 경험을 간과하지 않았고, 박경수는 믿음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활약은 1위를 결정짓는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 결정전에서 시작됐다. 박경수는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경기 후반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평소 세리머니가 크지 않은 박경수는 포효를 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KT는 베테랑의 호수비 덕분에 위기 없이 경기에서 승리하며 창단 8년, 1군 진입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손에 넣었다.
정규시즌 우승이 결정되던 지난 10월 31일 박경수는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신생팀이었던 당시의 설움이 묻어났다. 박경수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KT)와 경기를 할 때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도 경기에 나와서 치려고 하고, 못 치면 분해하던 기억이 난다"며 "정말 힘들게 정규시즌 우승을 했고, 기분이 좋았다. 과거의 일들이 가슴에 많이 맺혔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역할을 한 박경수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박경수는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1차전에서는 무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뒤 병살타로 연결시켰고, 그토록 바라던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활약은 계속됐다. 박경수는 3차전에서 5회 두산의 '에이스' 아리엘 마란다를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그리고 6회말 박건우의 타구에 또 한 번 몸을 날리는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다. 박경수는 8회 두산 안재석이 친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당했다. 극심한 고통에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진 결과 우측 종아리비복근 내측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고, 6주 이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박경수는 비록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목발을 짚고 팀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18일 4차전이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그리고 점수를 낼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후배들의 힘을 북돋았다. 그리고 마침내 KT가 우승을 차지했고, 박경수는 프로 데뷔 19년 커리어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의 '우승'이라는 단어를 새겨 넣었다.
[KT 박경수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T-두산의 경기 2회초 추가점을 올리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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