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윤욱재 기자]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 그러나 선수단은 더욱 단단해졌다.
KT 위즈는 한국시리즈 1~3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파죽지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내야진의 중심을 잡은 베테랑 박경수가 3차전에서 8회말 수비를 하다 오른 종아리 부상을 입은 것이다. 병원에서 6주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그렇게 박경수의 한국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박경수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절실함'의 무대였다. 2003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박경수는 '초고교급 유망주'로 통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LG에서 기대 만큼 성장을 하지 못했다. 박경수는 FA 자격을 얻고 KT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고 박경수의 야구 인생도 180도 바뀌었다. LG에 있을 때만 해도 두 자릿수 홈런도 못치던 선수가 2015년 KT로 이적하자마자 3할대 타율(.313)에 홈런 22개를 때리면서 환골탈태했다.
선수로서 성공 시대를 열어 젖힌 박경수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KT는 올해 삼성과의 1위 결정전 끝에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마침내 '꿈의 무대'에 선 박경수는 2차전에서 총알 같은 수비로 그림 같은 병살 수비를 보여주더니 3차전에서는 선제 결승 솔로포를 날려 팀의 기둥 역할을 착실히 해냈다.
하지만 4차전에서는 덕아웃에만 머물러야 했다. 목발을 짚고 선수단과 함께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KT는 박경수의 공백에도 똘똘 뭉쳤고 4차전 역시 8-4로 승리하면서 마침내 우승의 꿈을 실현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박경수는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하면서 야구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았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KT 선수들이 모자에 박경수의 백넘버인 6번을 새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동료 선수 중에 부상자가 발생하면 건강한 복귀를 위하는 마음으로 모자에 백넘버를 새기기도 하는데 KT 선수들의 모자는 깨끗하기만 했다.
이유가 있었다. 팀의 최고참인 유한준은 "모자에 백넘버는 새기지 않기로 했다. (박)경수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면서 "경수가 '하던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사실 박경수는 그라운드에서 뛰지만 못했을 뿐 덕아웃에서는 평소처럼 선수단과 함께 하면서 호흡을 이어갔다. '팀 KT'는 마지막 순간까지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찬란하게 빛났다.
[KT 박경수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8-4로 승리하며 파죽의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MVP를 수상하고 있다.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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