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20여 년 전, 이천수(40)가 12살 차이 나는 주장 홍명보(52)에게 ‘반말’을 한 배경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
이천수는 1일 자신의 영상 채널 ‘리춘수’를 통해 2002 한일 월드컵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날 게스트는 최진철(50)이었다. 둘은 10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방송 콘셉트상 ‘야자타임’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천수가 먼저 “2002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시켜서 내가 ‘(홍)명보야 밥 먹자’ 했던 거 기억나?”라고 물었다. 최진철은 “기억난다. 운동장에서 존댓말을 하면 말이 길어지니까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답했다. 요즘 세대로 치면 이강인(20, 마요르카)이 기성용(32, FC서울)에게 반말을 한 셈이다.
축구는 1분 1초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스포츠다. "명보 형, 저에게 공 주세요"보다 "명보!"가 훨씬 효율적이다. 히딩크 감독은 위계질서 문화를 조금이나마 타파하고자 이천수를 활용했다. 이천수의 말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이천수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천수가 팀 내 최고참인 홍명보에게 반말하는 걸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시 제3자로 현장에 있었던 최진철은 “(히딩크 감독의 지시를) 듣긴 들었지만 진짜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최고참인 명보 형한테? 그 소리(명보아 밥 먹자)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저거 또X이 아니야? 미쳤구나싶었다. 설마 바로 나올 줄은 몰랐다”라며 웃었다.
이천수 입장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천수는 “팀 내에서 감독이 가장 위에 있는 사람이다. 감독이 경기를 뛰게 한다. 감독에게 잘 보이려면...(시키는 걸 다 해야 한다)”라고 들려줬다. 생애 첫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의 어떤 지시도 다 따르겠다는 이천수의 마음가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자 최진철은 “나였으면 조금이라도 머뭇거렸을 텐데 너는 바로 하더라. 나는 시켜도 못했다.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최진철은 “막내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한번 터놓으면 모든 사람들의 분위기 자체가 부드럽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천수의 "명보야" 한 마디에 대표팀이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이어서 16강 이탈리아전 말디니 뒤통수 가격 사건도 언급했다. 이천수는 쓰러져있는 파올로 말디니의 뒤통수를 발로 걷어찼지만 심판이 이를 못 보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최진철은 “(이천수는) 진짜 또X이다. 그 상황에서 레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퇴장 당했으면 어떡해. 역적이 되는 거다”라고 회상했다.
이천수는 "이민 가야지”라고 짧게 말했다. 다시 최진철은 “심판이 그냥 넘어갔으니까 다행이다. 그때 (이천수가 말디니 머리를 차는 걸) 보고 ‘큰일 났다’싶었다. 나는 심판만 보고 있었다. 말디니 머리를 찰 줄 누가 알았겠냐. 정말 깜짝 놀랐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진 = AFPBBnews, 리춘수 캡처]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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