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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모로코 소년 '라얀'이 32m 깊이 우물에 빠진 지 사흘 만에 내시경 카메라에 잡힌 생전 모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32m 깊이의 비좁은 우물에 빠진 다섯 살 모로코 소년 ‘라얀’이 전 세계의 간절한 생환 응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물 밖으로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중동매체 ‘알 아라비야’ 등은 5일(이하 현지시간)은 북아프리카 모로코 북부의 유명 관광지 쉐프사우엔에서 100Km 떨어진 한적한 외딴 마을에서 우물에 빠진 소년 라얀이 나흘 간의 밤샘 구조작업 끝에 우물 밖으로 끌어올려졌으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이날 밤 9시 30분쯤 우물 바닥에서 숨져 있는 라얀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고 발생 100여 시간 만이었다.
로이터는 “사고현장에서 소년이 노란색 담요를 덮은 채 우물 밖으로 끌어올려진 장면이 확인됐으며, 소년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초조하게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수백 명의 인파는 라얀의 사망 소식에 일제히 탄식을 연발했다. 라얀의 무사생환을 기도하며 응원가를 불렀던 주민과 자원봉사자는 물론 구조대와 경찰 모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라얀을 실은 들것이 우물 밖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기적적인 생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박수아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모로코 당국이 라얀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한 뒤 침통한 분위기 속에 라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에 앞서 모로코 국내외 매체를 통해 라얀의 추락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세계 각지에서 라얀의 생환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답지했다.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아치라프 하키미(PSG)와 리야드 마레즈(맨체스터 시티) 등 유명인사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고 및 구조 진행 소식을 전하며 라얀에게 굳건히 버티라고 응원을 보냈다.
이웃나라로 앙숙 관계인 알제리의 SNS 이용자들까지 ‘#라얀 구하기(Save Rayan)’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라얀의 아버지는 "아이가 살아서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붙잡고 있으며, 생환을 기원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라얀의 우물 추락 사고는 지난 1일 발생했다. 아버지가 보수작업을 하던 우물 옆에서 놀다 실수로 32m 깊이의 우물 아래로 떨어졌다. 지하 15층 깊이에 갇혀 버린 것이다. 우물 입구 직경이 45Cm에 불과할 정도로 비좁아 그 안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라얀의 아버지는 “잠깐 딴 데를 봤다가 돌아보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 조그만 녀석이 우물 안에 빠졌다. 난 눈꺼풀 한 번 붙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온 식구가 찾아 다녔다. 나중에 아들이 우물 안에 추락한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구조대는 그날 저녁부터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우물이 워낙 비좁아 구조대원들이 들어갈 수도, 소년이 로프를 잡고 올라올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구조대는 중장비로 우물 주변을 넓고 깊게 파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주변에서 아이가 있는 깊이까지 파내려 간 뒤, 다시 우물 벽 옆으로 수평 터널을 뚫어 들어가는 구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불도저, 포크레인 등을 이용해 워낙 넓게 땅을 파다 보니 구조 현장은 대형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구조 작업에는 지형 전문 엔지니어도 참여했다. 응급 의료진이 대기했으며, 구조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헬기도 동원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장 주변에는 수천 명이 몰렸으며 일부는 노숙까지 하며 구조대원을 응원했다. 구조 작업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경찰 병력까지 나섰을 정도다.
구조대는 지난 3일 내시경 카메라를 우물 아래로 내려 보내 소년의 상태를 살폈다.
머리를 조금 다친 것 말고는 괜찮았으며 의식도 뚜렷한 것을 확인했다. 튜브로 산소를 제공하면서 음식과 물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날씨가 무척 추워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의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나흘을 꼬박 쉬지 않고 작업한 끝에 구조대는 우물 바닥 위치까지 도달했다.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붕괴 위험이 큰 마지막 2m 수평 구간은 이번 구조작업의 최대 난관이었다.
구조대는 지형 전문 엔지니어를 동원해 수평으로 PVC관을 밀어 넣으며 조금씩 땅을 파냈다. 모로코 국내외에서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구조대는 드디어 라얀이 있는 우물 바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필사적인 구조작업에도 불구하고 라얀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모하메드 모로코 국왕은 아들을 허망하게 잃은 라얀의 부모에게 조의를 표했다.
[사진설명:32m 깊이 우물에 빠진 모로코 다섯 살 소년 '라얀' 구조작업 장면. /AFPBBNews]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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