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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한국과 일본 여자 스피드스 케이팅을 대표하는 1989년생 이상화와 1986년생 고다이라. 국경을 초월한 두 사람의 "찐한' 우정이 다시 한번 한일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고다이라 나오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8초09의 기록으로 전체 17위에 그쳤다.
고다이라는 이 종목의 ‘디펜딩 챔피언’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이상화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 밀려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이 좌절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고다이라가 한국 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유는 바로 이상화와의 깊은 우정을 가지고 있는 선수기 때문이다.
당시 이상화는 은메달 획득 후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때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안으며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일 양국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감동을 줬던 장면이었다.
그랬던 두 선수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각자 다른 위치에서 다시 한 번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상화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고,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KBS의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자로 임했다. 반면 고다이라는 아직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고 이번 올림픽에도 선수로서 참여했다. 이상화가 절친 고다이라의 경기를 중계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고다이라는 이날 펼친 500m 대회에서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쉬운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상화 해설위원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상화 위원은 고다이라가 스타트와 함께 처지기 시작하자 “따라가 줘야 합니다”라고 바람을 담은 멘트를 건넸다. 그럼에도 고다이라의 속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러자 이상화 위원은 깊은 탄식과 함께 “포기하지 마요, 끝까지…”라고 말하다가 결국 눈물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레이스가 끝나고 난 후에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상화는 경기 후 취재진에게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고다이라의 레이스여서 지켜보기 힘들었다”면서 “대회 전에 고다리아를 만났는데 나에게 ‘다시 한번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이라고 용기를 줬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경기가 끝난 후 일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만큼 기록이 떨어질거라 생각 못했다"면서 "이 정도로 자신에게 실망한 경기는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경기장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이상화에 대해서는 “이상화가 이번 대회 전에 메시지를 보냈고, 이번 시즌 전반기에도 계속 메일을 보내와서 마음이 정말 든든했다”라며 “항상 ‘지금 스케이트 잘 타고 있다’, '너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보내줬다”고 전하며 이상화를 향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다만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를 했던 것처럼은 내가 잘해내지 못했다”라며 눈물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일본의 데일리스포츠, 도쿄스포츠, 스포츠호치 등 많은 언론들은 고다이라와의 눈물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이상화와의 우정을 집중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은 “두 선수는 운동선수로서 서로 경의를 갖고 있는 사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우정을 이어 화제가 됐다”라며 국경을 초월한 두 선수의 우정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동을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상화 해설위원의 눈물에 감동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올림픽 현장에 고다이라의 경기를 중계하다 눈물을 짓던 이상화 해설위원의 모습이 공개되자 (일본 내) SNS에선 국경을 넘은 두 사람의 우정을 나타내는 글들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니케이스포츠는 “평창 대회에서 고다이라와 경쟁을 펼쳤던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선 해설자로 대회를 지켜봤다. 고다이라가 17위에 그치자 그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고, 스포니치아넥스는 “이상화의 눈물은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자들만이 알 수 있는 중압감을 표현했다. 4년 전 서로를 위로하고 포옹했던 것처럼 한일 팬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설명:이상화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과 글]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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