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뜨고 볼 수가 없어”
성폭행 피해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여고생이 지난해 4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가해자는 ‘징역 7년’이란 최종 처벌이 확정됐다.
해당 판결에 유족들은 “징역 7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강간치사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A(16)양은 교제 중이던 같은 학교 3학년 남학생 B(18)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B군은 A양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A양이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틈을 타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A양은 B군을 고소했고, B군은 법정에서 “A양이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성관계에 동의했었다”며 “처녀막 열상 등 상해는 강간치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피해자를 간음하고도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피해자에게 거짓말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특히 재판부는 B군의 가족이 A양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는데, A양 유족이 제출한 증거자료 등의 따르면 B군의 아버지는 학폭위에서 “아버지로서 아들의 말을 믿는다. 학교에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정말 성폭행이 맞는지 정확히 밝히고 싶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B군의 여동생은 “오빠가 불쌍하다”며 A양을 험담했고, B군의 누나도 A양의 친구가 범죄사실을 따지자 “남친 여친 사이에 강간 성폭행이란 게 존재하나”, “내 동생만 쓰레기 만드느냐. 저렴하구나” 등의 조롱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에 불복한 B군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A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면증을 겪다 2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4월 4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당시 A양은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 “더는 고통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등의 말을 남기고 가족 곁을 떠났다.
A양의 사망에 재판부는 B군의 성폭행으로 인해 비롯된 것으로 판단해 그의 형량을 9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양의 유족은 ‘강간치상죄’에서 ‘강간치사죄’로 공소장 변경을 원했고, 재판부도 검찰에 공소장 변경 의향을 물었으나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결국 15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2부(견종철 부장판사)는 강간치상죄로 기소된 B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날 A양의 유족은 연합뉴스에 “자식을 가슴에 묻은 우리 가족의 꿈과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서 회복될 수 없는데 가해자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강간치사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