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바람의 손자'가 '국민타자'와 '바람의 아들'을 올해에만 두 번 넘어선다?
아파서 출전하지 못하는 변수만 없다면 유력하다.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17일 잠실 두산전서 역대 최연소(만23세7개월28일), 최소경기(670경기) 900안타를 달성했다. 2-2 동점이던 5회초 무사 3루서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종전 최연소, 최소경기 900안타 기록은 이승엽(24세9개월13일)과 자신의 아버지 이종범 LG 2군 감독(698경기)이 갖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정후가 올 시즌에만 이승엽과 이종범을 또 한번 더 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17일까지 키움이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 17안타를 쳤다. 한 시즌 최소안타가 2018시즌 163안타였다.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잔여 130경기서 100안타를 거뜬히 추가, 통산 1000안타를 달성한다.
최연소 1000안타와 최소경기 1000안타 역시 이승엽과 이종범이 보유했다. 이승엽은 2002년 4월27일 광주 KIA전서 25세8개월9일만에 달성했다. 즉, 이정후가 올 시즌 내에 1000안타에 도달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승엽을 또 한번 넘어선다.
단, 최소경기 1000안타는 약간의 변수가 있다. 이종범의 779경기가 종전 기록. 17일까지 통산 670경기에 출전한 이정후가 앞으로 109경기 이내로 100안타를 추가해야 한다. 이정후의 본래 실력이라면 충분히 단축 가능하지만, 혹시 슬럼프가 길게 온다면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쨌든 이정후가 올해에만 국민타자를 두 차례 넘어설 게 유력하다. KBO리그 최고의 안타머신이자 타격기계의 위용이다. 이승엽과 이종범을 향한 이정후의 질주는, 올해 이정후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그런데 이정후의 안타 및 각종 기록행진이, 2년 뒤에는 '강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후가 커리어 내내 KBO리그에서 뛴다면 더 많은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게 확실하다. 그러나 이정후의 시선은 모두가 알다시피 KBO리그에 머물러있지 않다.
이정후는 지난 2월 고흥 스프링캠프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시 기자가 직접 물어봤는데, 곧바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해 놀라웠다. 아버지가 뛰었던 일본프로야구가 아닌, 메이저리그라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이정후는 2년을 더 뛰면, 2023시즌 후에는 한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추신수(SSG)는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및 성공을 확신했다. 파워 부족은 경험으로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계속 뛰면 안타 및 타격 관련 각종 누적기록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빅 드림'이 있다. 냉정히 볼 때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와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도 투타 통틀어 이정후와 강백호(KT) 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단, 강백호는 아직 구체적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밝힌 적은 없다.
이정후가 희망하고, 키움도 과거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의 포스팅을 적극 지원하며 포스팅 비용을 챙겼다. 3년 뒤 FA 자격을 얻고 나갈 수도 있지만, 일단 2년 뒤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키움 팬들에겐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한국야구 전체의 경쟁력과 위상을 감안할 때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적극적으로 박수를 보낼 일이다. 이정후가 '한국야구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국인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도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다.
당연히, 사람은 큰 꿈을 꿔야 한다. 이정후는 그럴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이정후가 2년 뒤 메이저리그에서 멋지게 정착하면, 한국야구 팬들에게 더 큰 기쁨을 선물할 수도 있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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